올 시즌 ‘기록의 사나이’로 거듭나고 있는 넥센 서건창(25)은 지난해와는 다른 타격폼으로 팬들의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발을 좁힐 수 있는 한 최대로 좁히고 무릎을 모은 뒤 손과 다리를 모두 가슴을 중심으로 한껏 모아두고 턱을 오른쪽 어깨에 붙혀 투수 입장에서 보면 잔뜩 웅크리고 있는 서건창의 타격 자세는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어떻게 저런 자세로 잘 칠 수 있을까’라는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이 독특한 서건창의 타격폼 안에는 ‘회전’의 마술이 담겨져 있다.

서건창이 지금의 타격폼을 만드는데 옆에서 가장 많이 지켜보고 조언을 했던 허문회 넥센 타격코치는 14일 부산 롯데전을 앞두고 “결국은 회전이다. 서건창의 타격폼은 결국 타격시 회전을 최대한 빠르게 하기 위한 방법을 궁리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건창의 타격폼은 얼핏 보기에는 테이크백 동작이 다소 작아질 수 있다. 하지만 대신 몸통의 회전은 그만큼 빨라진다. 회전이 빨라지다보니 공에 타이밍을 맞출 수 있는 확률도 높아진다. 서건창이 타격을 준비할 때 항상 손과 다리까지 모두 가슴을 중심으로 한껏 모아두는 이유도 무게 중심을 잡아 회전력을 빠르게 하기 위해서다.

서건창이 올 시즌 장타가 많아진데는 물론 웨이트트레이닝을 통한 근력의 증가를 첫째 이유로 꼽을 수 있지만, 허 코치는 “웨이트트레이닝도 중요한데 그것과 함께 타이밍이 예전보다 정확히 맞아떨어지고 있는 것이 크다”고 설명했다.

메이저리그에는 ‘마지막 4할 타자’ 테드 윌리엄스가 주장한 ‘로테이셔널 히팅 시스템’과 찰리 로 전 캔자스시티 타격코치가 주장한 ‘웨이트 시프트 시스템’이라는 두 가지 대표적인 타격 이론이 있다. 무게 중심의 전진력을 이용하는 ‘웨이트 시프트 시스템’과 달리 ‘로테이셔널 히팅 시스템’은 타격시 발생하는 몸통의 회전력을 강조한다. 서건창의 타격도 ‘회전’이 키포인트니, 어찌보면 이 ‘로테이셔널 히팅 시스템’과 많이 닮아 있다.

허 코치가 회전과 함께 강조하는 또 다른 것으로는 ‘힘의 올바른 전달’이다. 허 코치는 “제대로 된 타격이 이루어질려면 몸통 회전시 힘의 전달 순서도 중요하다. 하체에서부터 몸통, 어깨, 팔, 방망이의 순서로 전달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채찍의 원리’라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허 코치가 말한 채찍의 원리란 채찍을 효과적으로 휘두르기 위한 힘의 전달 순서를 설명한 것이다. 허 코치는 “채찍을 휘두를 때 팔을 뒤에서부터 힘껏 휘두르면 채찍도 세게 나간다. 반대로 팔만 가지고 휘두르면 채찍에 힘이 제대로 전달이 안되기 때문에 제대로 휘두를 수가 없다”고 말했다.

지금이야 타격의 비밀을 쉽게 얘기할 수 있지만, 선수와 코치간의 ‘신뢰’가 없었다면 지금의 성공도 있을 수가 없었다. 허 코치는 “애리조나에서 스프링캠프를 할 때부터 준비를 했다. 될 수 있다는 믿음이 없었으면 힘들었을텐데, 끝까지 믿고 따라워줘서 너무 고맙다”며 제자를 칭찬했다.

서건창은 14일 사직 롯데전에서 5타수 1안타를 기록, 자신이 세운 최다안타 기록을 198안타로 1개 더 늘렸다. 꿈의 200안타까지 남은 숫자는 단 2개 뿐이다. 서건창 타격의 ‘회전 마술’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