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외국인타자 브래드 스나이더는 10월 타율이 겨우 8푼3리다. 12타수에 안타를 1개밖에 때리지 못했다. 기록으로만 놓고 보자면, 포스트시즌 엔트리에서 빼는 게 맞았다. LG 타선에 ‘왼손 타자’는 차고 넘쳤다.

그래도 양상문 감독은 스나이더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았다. 미디어데이에서 “스나이더가 잘 해줄 것”이라고 했고, “홈런 2~3개는 쳐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삼성 류중일 감독이 라이언 가코를 두고 했던 말, ‘나믿가믿’은 양상문 감독 버전의 ‘양믿스믿’이 됐다.

스나이더는 그 믿음에 완벽하게 보답했다. 10월 9경기에서 가끔 대타로만 나와 겨우 안타 1개만 때렸던 스나이더는 지난 19일 마산 NC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4타수 3안타 1타점, 1득점의 맹활약을 펼쳤다. 5회 상대의 허를 찌른 도루는 타격 자신감 상승에 따른 결과물이었다.

스나이더의 변신과 양상문 감독의 변함없는 믿음은 스나이더의 ‘아이 업그레이드’에 있다. 스나이더의 ‘눈’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양상문 감독과 김무관 타격 코치는 스나이더의 시즌 후반 부진에 대해 조심스레 ‘눈’을 지적했다. 공의 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않는 모습이 시력 때문일 것이라는 가설이었다. 양 감독은 스나이더에게 시력 정밀 검사를 제안했고, 당초 “괜찮다. 문제없다”는 입장을 보였던 스나이더 역시 부진이 이어지자 양 감독의 조언을 받아들였다.

스나이더는 10월7일 잠실 삼성전에서 승리한 다음 날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고, 그동안 착용하고 있던 렌즈에 변화를 주는 것이 좋겠다는 결과를 받았다. 원래 스나이더의 왼쪽 눈에는 난시가 있어서 이를 교정하기 위한 렌즈를 미국에서부터 꼈는데, 그 난시 교정 부분이 눈 안에서 렌즈가 돌아가면서 제대로 맞지 않았던 것이다. 스나이더가 찾은 병원에서는 굳이 난시 교정 부분을 렌즈에 넣지 않아도 되겠다는 진단을 내렸고 새로운 렌즈로 이를 대체했다.

LG 관계자는 “스나이더가 렌즈를 바꾼 이후 눈이 굉장히 편해졌다고 한다. 공도 잘 보인다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스나이더는 며칠 동안 렌즈 적응기간을 거쳤고, 렌즈가 눈에 딱 맞은 뒤인 지난 15일 대구 삼성전에서 10월의 첫 안타를 때렸다. 이틀 뒤 열린 시즌 최종전 사직 롯데전에서도 스나이더는 비록 안타를 때리지 못했지만 볼넷 2개를 고르며 달라진 ‘아이 업그레이드 선구안’을 자랑했다. 스나이더가 한 경기 볼넷을 2개 이상 얻은 것은 이날 외에 8월8일 NC전이 유일했다.

‘아이 업그레이드’에 성공한 스나이더가 LG 타선에 힘을 보탤 가능성이 높아졌다. LG 타선에 부족했던 ‘장타력’이 더해진다면 가을 야구의 목표는 훨씬 더 먼 곳을 향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