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1등에 당첨돼 수십~수백억원에 달하는 당첨금을 수령하고 불과 몇년도 안돼 쇠고랑을 차거나 비극적으로 인생을 마감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로또 1등 당첨은 정말 불행으로 가는 지름길일까?

2003년 로또 1등에 당첨된 김모씨(52)는 무려 242억원의 당첨금을 손에 쥐었다. 세금을 제외하고도 그에게는 189억원이 남았다. 역대 두 번째로 많은 당첨금이었다.

하지만 갑작스레 큰 돈을 손에 쥔 김씨는 돈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 지도 몰랐다. 하던대로 주식투자에 돈을 쏟아부었지만 무계획적인 투자는 곧바로 실패로 이어졌다. 병원 설립에 35억원을 투자한 것도 한푼도 건지지 못했다. 이씨는 5년 만인 2008년 말 당첨금을 모두 탕진했다.

김씨는 다시 빈털터리가 됐지만 돈을 펑펑 쓰던 습관은 그대로 남았다. 충동적인 주식투자도 마찬가지였다. 아파트를 담보로 사채를 빌려 주식투자에 나선 그는 이제 빚쟁이가 되었다. 김씨는 2010년 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상대에게 자신을 펀드전문가로 속여 “선물옵션에 투자해 수익을 내주겠다”고 한 뒤 1억원이 넘는 돈을 가로챘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김씨를 사기 혐의로 경차에 송치할 예정이다.

김씨의 사례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다. 로또 1등에 당첨된 뒤 ‘인생 역전’이 아니라 ‘패가망신’의 길로 들어선 이들은 김씨 말고도 수두룩하다.

2006년 진주에서 로또 1등에 당첨돼 세금을 제외하고 14억원의 당첨금을 수령한 황모씨(34)는 강원랜드에서 도박을 하고 유흥비로 한번에 큰 돈을 탕진하는 등 흥청망청 생활을 하다 4년 만에 빈털터리가 됐다. 황씨는 헤픈 씀씀이를 그대로 유지하느라 주위에서 빌린 돈을 갚지 못해 곧 사기범이 됐다. 도피생활을 하던 황씨는 스마트폰과 의류 등 1억3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로 지난 3월 경찰에 체포됐다.

황씨는 경찰에서 “로또가 아니었으면 내 처지가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텐데 로또 때문에 인생이 망가졌다. 출소하고 나면 평범하게 살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2006년 마산에서 로또 1등에 당첨돼 19억원의 당첨금을 거머쥔 또다른 황모씨(34) 역시 2년 만에 모든 돈을 날리고 금은방에서 도둑질을 하다 결국 철창 신세를 진 경우다. 처음에는 부친에게 개인택시를 선물하고 가게를 구입하는 등 미래를 준비하기도 했지만 오래가지 않았다. 유흥비로 한 번에 수백만원의 돈을 물 뿌리듯 써댄 방탕한 생활이 문제였다.

전문가들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는 거액의 돈이 무계획적인 소비로 이어지다 보면 자연스레 불행한 결과가 나오기 쉽다고 지적한다. 평소 씀씀이를 크게 벗어나는 돈이 갑자기 생길 경우 이를 주체하지 못하고 돈이 사람을 압도하는 형국에 빠진다는 것이다.

한 심리학과 교수는 “로또 당첨금처럼 큰 돈을 쉽게 벌게 되면 그 중 일부는 쉽게 써도 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기존의 직업과 소비 패턴 등 생활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체계적인 투자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