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P(최우수선수) 시상식장에 현역 감독이 참석하는 일이 흔하지는 않다.

18일 열린 MVP 및 최우수신인 시상식장에 나타난 염경엽 넥센 감독은 그래서 더 주목받았다.

염 감독은 넥센의 여러 후보 중 MVP로 서건창이 지목되자 꽃 한다발을 들고 무대로 올라갔다. “고생했다 건창아.”

이날 시상식장에 나온 넥센 선수들도 ‘꽃돌이’로 변신한 염 감독의 마음을 헤아렸다. 박병호는 “일등 감독님 만들어드리고 싶었는데 내년에 해드려야겠다”고 했다. 선수들이 수상 소감 중 감독의 이름을 댈 때마다 염 감독은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염 감독이 한국시리즈 아픔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는 데는 한 이틀이 걸려다고 한다. 6차전을 내주고 우승을 놓친 뒤 공식 인터뷰 도중 눈물까지 흘린 염 감독은 그날 밤을 거의 꼬박 지새운 뒤 이런저런 생각에 휩싸이다 “떨쳐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고 했다.

염 감독은 또 다음을 기약할 수 있는 것은 든든한 선수들 덕분이다. 염 감독은 “좋은 선수들과 시즌을 보냈다. 행복한 감독이었다”며 “모두 더 발전하고 커나갈 수 있는 선수들이다. 그래서 더 희망적이다”고 했다.

MVP 후보에 오른 또 다른 선수 강정호와는 이별을 준비중이다. 염 감독은 강정호가 포스팅(비공개입찰)을 통해 부끄럽지 않은 대우를 받고 미국 진출을 이룰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넥센이 바라보는 강정호에 대한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최고 응찰액은 500만달러에서 1000달러선. 염 감독 또한 강정호가 그 정도 가치는 충분히 있는 선수로 진단하고 있다. “정호는 변신과 적응이 빠르다. 메이저리그에 간다면 그에 맞는 플레이에 익숙해질 것이다”고 말했다.

염 감독은 이날 트로피 하나 못받았지만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꽃다발 선물을 받았다. 이날 시상식장에 함께 한 여러 넥센팬들로부터 “감독님 덕분에 행복했습니다”라는 인사와 함께 한팬이 건넨 꽃다발을 안았다.

이에 팬들의 사인 요청에 일일이 답해주기도 한 염 감독은 다시 기운을 내려한다. 시상식을 마친 뒤 개인병원을 찾아 원기 회복을 위한 ‘링거’를 맞았다. 염 감독은 또 한번의 싸움을 위한 출발점에 선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