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27·넥센)의 독점 협상권을 따낸 팀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로 결정됐다. 하지만 아무리봐도 피츠버그가 강정호를 선택한 이유를 쉽사리 예측할 수가 없다.

올 시즌 27위의 연봉 총액에도 포스트시즌에 오른 피츠버그는 최근 몇 년간 암울했던 과거를 청산하고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함께 내셔널리그 중부지구를 대표하는 강팀으로 손꼽히고 있다.

특히 피츠버그는 내야진 구성이 탄탄한 팀이다. 몇 년째 붙박이 2루수로 활약하는 닐 워커는 피츠버그 팬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이며, 3루수 조시 해리슨은 지난해 페드로 알바레스의 부진을 완벽하게 틀어막으며 단숨에 붙박이 3루수로 자리잡았다. 덕분에 알바레스는 올 시즌 붙박이 1루수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강정호의 주 포지션인 유격수는 조디 머서가 맡고 있다. 머서는 올 시즌 타율 2할5푼5리에 12홈런 55타점을 기록하며 유격수 치고는 나쁘지 않은 성적을 올렸다. 특히 수비에서 아주 뛰어나지는 않더라고 안정적인 활약을 하며 피츠버그 내야진 안정에 큰 공을 세웠다.

지금 상황에서 볼 때 강정호가 현실적으로 내야 주전을 맡기는 어렵다. 내야 유틸리티로써의 활용도는 있지만, 유틸리티 선수들에게 많은 연봉을 지급하는 일은 벤 조브리스트(탬파베이)처럼 ‘검증된’ 선수가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피츠버그는 LA 다저스나 뉴욕 양키스처럼 부자구단은 아니다. 주전 보장이 확실치 않은 선수한테 많은 돈을 쓸 만큼 사치를 부릴 수가 없다. 이에 과거 이와쿠마 히사시한테 1910만달러라는 깜작 놀랄만한 포스팅 금액을 제시해 독점 협상권을 따낸 뒤 실망스러운 계약 조건으로 결국 계약이 무산됐던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의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가능하다. 당시 오클랜드는 일부러 포스팅 금액에서 많은 금액을 제시해 라이벌이었던 시애틀 매리너스로 가지 못하게 막은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다.

하지만 피츠버그가 강정호에게 굳이 그럴 이유가 없다. 우선 같은 지구내에 강정호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는 팀이 몇 팀이나 있었는지 의문이며, 같은 내셔널리그 중부지구의 가장 강력한 컨텐더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도 강정호 영입전에서 한 발 물러난 것으로 알려졌기에 피츠버그가 타 팀의 영입을 방해할 이유가 없었다.

미국 야구 전문지 ‘베이스볼아메리카’는 이날 스카우트들의 평가를 토대로 강정호에 대한 스카우팅 리포트를 발표했는데 ‘주전 내야수로는 부족하다’는 의견이 들어있었다. 홈런을 15~20개 정도 칠 수 있는 파워는 인정하지만, 수비가 불안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당장 공격력이 급한 팀이라면 상관이 없지만, 피츠버그는 탬파베이와 함께 메이저리그에서 수비를 가장 중요시하게 생각하는 팀이다.

결국 피츠버그가 강정호와 어떤 계약을 맺느냐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계약 규모는 선수가 주전인지 비주전인지 알 수 있는 중요한 잣대 중 하나다. 쉽지는 않아보이지만, 피츠버그가 2015달러의 자투리 금액을 써가면서까지 의지를 보였다는 점에서 희망을 찾을 수도 있다. 염두해둬야 할 점은 류현진도 메이저리그에 첫 발을 내딛을 때 지금 강정호처럼 의심의 눈초리가 많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