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6학년인 석규가 어머니와 함께 저를 찾아왔습니다. 석규가 1주일째 학교에 가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선생님에게 꾸지람을 듣고 난 후부터라고 했습니다. 수업시간에 휴대전화로 장난치다가 선생님께 걸렸는데, 선생님은 학급 규칙을 어겼다며 석규를 다른 친구들 앞에서 벌 세웠다고 했습니다.

석규는 친구들을 보고 싶어 했습니다. 1주일 정도 집에 혼자 있으니 심심하기도 하고 친구들과 놀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런데도 선생님을 생각하면 무섭고 싫어서 학교에는 안 가겠다고 한답니다. 석규는 엄마에게 담임선생님을 바꿔 달라며 심하게 보챘습니다. 아이가 그러니 어머니도 반을 바꾸는 문제를 진지하게 상담해 봤지만 “학기 중에 반을 바꾸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했습니다.

석규는 땅땅한 몸집으로 아주 고집이 센 아이였습니다. 자신의 잘못을 전혀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선생님이 항상 자기만 미워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석규는 “다른 친구들도 휴대전화를 갖고 노는데, 왜 나만 혼내는지 모르겠다”며 상담 도중 또다시 흥분했습니다.

고집불통 성격 때문에 석규는 어머니와도 사이가 멀어진 상태였습니다. 부모가 선생님 편만 들고 자신을 이해하지 않는다며 투덜댔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먼저 해야 할 일이 석규와 어머니의 관계회복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석규와 어머니 사이에 이해를 돕는 몇 가지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석규와 어머니에게 ‘가본 곳 가운데 가장 인상 깊었던 장소’를 물었습니다. 아이는 전남 장성에 있는 할머니 댁을, 어머니는 제주도 바다를 각각 꼽았습니다. 이어서 ‘가장 잘하는 것’을 물으니 석규는 ‘노래 부르기’를, 어머니는 ‘노래 듣기’를 각각 말했습니다. 이 말이 나오자 석규가 환하게 웃으며 “우리는 서로 궁합이 잘 맞는다”며 편안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어머니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석규와 차분히 앉아 얘기해 본 것은 참 오랜만이다”고 했습니다. 언제부턴가 석규 말을 귀담아 들어본 적이 없었다며 오늘 석규를 많이 이해하게 됐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마지막으로 담임 선생님의 장점을 적게 했습니다. 석규는 “생각해 보니 선생님은 우리가 잘되라고 공부를 가르치시는데 내가 너무 심하게 장난을 쳤다”며 “앞으로는 장난을 좀 줄이겠다”는 약속을 하고 상담을 마무리했습니다.

아이들이 원인 모르게 고집을 부리면 부보님들은 정말 이유를 모르겠다며 참 힘들어 합니다. 집에서는 고집을 꺾을 수가 없어서 아이의 요구를 거의 들어주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자기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자기애적 성향이 점점 강해지게 됩니다.

이런 아이들의 심리적인 원인을 살펴보면 자기 것을 잃어 버릴까 봐 두려워하고, 이것이 분노의 한 형태로 고집을 부리게 됩니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다른 사람에 대한 공감능력이나 배려하는 능력을 상실하게 됩니다. 오직 자신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아이들은 원칙대로 훈육하는 것도 고집을 유연하게 하는 한 방법입니다. 처음에 몇 번 봐 주다가 원칙을 정해서 그렇게 안하면 정한 대로 페널티를 주는 것입니다. 원칙대로 아주 공정하게 아이를 대하면 고집불통인 아이도 그 상황에 수긍하면서 조금씩 나아지게 됩니다.

내 아이가 지나치게 자기 고집만 부린다면 가정에서 아이와 토론을 통해 원칙을 정해 보세요. 이때 너무 여러 개의 원칙을 정하지 말고 5대 원칙 정도 아이와 꼭 지켜야 할 것만 정합니다. 예를 들어 휴대폰 문제, 학교에서 선생님하고의 관계, 아이가 요구하는 것들을 서로 협의를 거쳐 정하는 것입니다. 아이가 지킬 만한 작은 것부터 시작합니다. 물론 어머니도 아이와 한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했습니다. 가정에서 이런 과정을 거쳐 아이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기 시작하면 고집불통으로 인해 보이지 않았던 커다란 장점으로 연결됩니다. 고대 로마 철학자 세네카는 “고집쟁이는 쳐부술 수는 있어도, 순종시키지는 못한다”고 했습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고집 부리는 아이 순화시키는 모험놀이 방법>

1. 여러 명이 할 수 있는 활동으로, 술래 두 사람만 빼고 나머지 사람들은 두 사람씩 짝을 만듭니다. 두 사람은 팔짱을 끼고 서 있습니다.

2. 술래 중 한 사람은 도망가는 토끼, 또 한 사람은 쫓아가는 늑대가 됩니다.

3. 시작 소리와 함께 토끼는 도망을 가고, 늑대가 토끼를 잡으로 갑니다. 이때 토끼는 늑대에게 잡힐 것 같으면 팔짱 낀 두 사람 중에 한 사람과 팔짱을 끼면 살 수 있습니다. 팔짱을 끼면 팔짱 낀 옆 사람이 토끼가 됩니다. 이 부분이 이 활동의 포인트입니다. 토끼가 된 사람은 다시 도망을 가고 늑대가 쫓아갑니다.

4. 토끼가 도망가다가 잡히면 늑대가 돼 역할을 바꾸어 했습니다.

이 활동은 운동량이 매우 많습니다. 옆 사람에게 토끼가 팔짱을 끼는지 신경을 쓰고 있어야 해서 다른 생각을 할 틈이 없습니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으면서 뛰어야 살 수 있습니다. 영역을 정하고 안전에 유의해야 했습니다.

모험놀이 상담가 방승호는 누구?

국내 최초 ‘모험 상담가’로 불리는 방승호 교장은 아이들과의 심리적 교감이나 스킨십 놀이를 통해 학생들의 아픈 구석을 잘 치유하는 교육자로 유명하다. 방 교장의 <기적의 모험놀이>와 ‘선생님의 똑똑! 상담실’(소년조선) 등의 저서와 칼럼은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려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글로 알려져 있다.

KBS <아침마당>의 목요특강과 유니세프 전직원 대상 특강 등을 통해 유명 강사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방 교장은 앨범을 3집까지 낸 ‘가수 교장선생님’으로도 불린다. 하지만 노래 역시 목적은 ‘교육’이다. 모험놀이 상담가 방승호의 칼럼은 스포츠경향을 통해 매주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