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잠실 LG-삼성전, LG가 3-9로 뒤진 9회초 2사 2루, 삼성 이승엽이 타석에 들어섰다. 마운드에는 신승현이 9회부터 올라와 있었다.

이승엽은 전날 개인 통산 399호 홈런을 때렸다. 프로야구 사상 첫 400홈런에 1개만 남겨뒀다. 앞선 2회 첫 타석에서 담장 앞에 떨어지는 타구를 날렸고 8회 타석에서는 오른쪽 폴을 바깥쪽으로 스치는 대형 파울 홈런을 때린 터였다.

잠실 구장 삼성팬들은 물론 홈런 공을 기대하며 오른쪽 외야석을 메운 팬들도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승엽은 잠수함 투수 상대로 타율이 0.308로 좋았다.

그러나 초구, 2구가 모두 바깥쪽으로 빠졌다. 잠실 구장이 소란스러워졌다. LG 양상문 감독은 경기 전 이승엽의 홈런 기록에 대해 “의식하지 않고, 정상적으로 승부하겠다”고 밝힌 터였다.

3구와 4구도 모두 바깥쪽으로 흘렀다. 결국 스트레이트 볼넷이 됐다. 이승엽의 방망이가 한 번도 나오지 못했다. 이승엽이 1루로 뛰어가는 동안 잠실 구장 여기저기서 야유가 쏟아졌다.

‘고의4구’에 가까운 결과를 낳았지만 LG 벤치는 “절대 고의4구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LG 차명석 수석코치는 “감독님이 정면 승부를 지시했다”라고 했고 강상수 투수코치 역시 “벤치에서 절대 고의4구 라든지, 피해가라는 사인 등이 나가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LG 유지현 수비 코치 역시 “이승엽 타석 때 내야수 3명이 1·2루간에 배치되는 시프트를 사용했다. 시프트를 써 놓고 고의4구 지시를 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말이 안되는 얘기”라고 했다.

포수 유강남 역시 “바깥쪽 승부를 하려고 바깥쪽 라인에 앉았지만 고의4구는 아니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