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 메르스 확진자를 진료한 의사 부부가 격리 대상에 포함됐지만 6일 필리핀으로 출국했다는 보건당국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8일 광주시와 전북 순창군 보건의료원 등에 따르면 최근 메르스 확진자로 판명된 ㄱ(72·여)씨를 진료해 격리 대상에 포함된 순창 모 병원 의사 ㄴ씨 부부가 6일 필리핀으로 출국했다가 7일 오후 귀국했다.

아내는 ㄱ씨를 진료했던 내과 원장이며 남편은 인접한 거리에서 정형외과를 운영하고 있다. ㄱ씨는 발열과 기침 등 메르스 증상이 나타나기 전인 2일 허리 통증을 치료하기 위해 해당 정형외과를 찾았다.

보건당국은 이 부부가 격리 대상에 포함됐지만 연락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6일 필리핀으로 출국했으며 자가격리 조치에 강하게 반발했다고 주장했다.

9일 아내는 보건당국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며 “남편은 발열과 기침 등 메르스 증상이 나타나기 이틀 전 ㄱ씨를 접촉했고, 나는 직접 접촉자가 아니기 때문에 둘 다 자택격리 대상자가 아닌 능동 감시 대상자 인 것을 질병관리 본부와 보건당국에 확인 받은 뒤 필리핀으로 출국했다”고 말했다. 아내는 이어 “다음날 필리핀에 있는데 보건당국이 말을 바꿔 자택격리 대상자에 해당된다며 문자메시지를 보내와 급히 한국으로 귀국한 것”이라고 밝혔다.

부부의 주장에 따르면, 질병관리본부가 별 문제 없을 것이라며 능동관리를 통보했다가 해당자가 출국한 뒤 다시 말을 바꿔 자택격리를 통보하고, 문제가 생기자 해당자에게 문제를 떠넘기는 행태를 보인 셈이다.

이 과정에서 자치단체 간 허술한 공조도 드러났다. 광주시는 광주에 사는 격리 대상을 전북도나 순창군 측이 아닌 경찰을 통해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시는 이 과정에서 ㄴ씨에게 수시로 전화를 했으나 통화를 거부하는 등 소재파악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전북도 측은 감염자와 접촉한 이들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일부 연락이 닿지 않는 경우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고 정작 접촉자를 파악하고 관리해야 할 광주시에는 알리지 않았다.

광주시 관계자는 “이번 순창 건은 어떤 사람을 격리하라는 통보가 없어 감염 의심자 중 광주에 사는 사람이 있으면 연락을 달라고 요청했지만 아직 명단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