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의 고민은 여전히 ‘마운드’다. 선발진은 물론이고, 불펜에서도 쓸만한 투수의 숫자가 부족하다. 하루 빨리 ‘키워 쓰는 것’이 넥센이 쥔 열쇠다.

유망주 투수들의 성장을 위해 만화 같은 훈련법이 도입됐다. 이른바 ‘고무공으로 핸드폰 맞히기 훈련’이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5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이날 선발 투수인 고졸 신인 좌완 김택형에 대해 “이제 프로생활 시작한 지 몇 개월 밖에 안되는 선수가 아주 잘 해 주고 있다”며 “밸런스를 찾으면서 구위와 구속이 모두 좋아졌다. 무리하게 구위·구속을 더 끌어올리기 보다는 제구를 가다듬으면 더 좋아질 것”이라고 했다. 염 감독은 “제구 향상을 위해 손혁 코치가 독특한 훈련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손 코치가 고안한 독특한 훈련은 ‘작은 공으로, 가까이에서, 작은 타깃을 맞히는 것’이다. 야구공 대신 고무공을 사용하고, 18.44m가 아닌 7~8m 거리에서, 포수 미트 대신 손에 들고 있는 핸드폰을 맞히는 훈련이다. 김택형은 원정 숙소로 사용하는 호텔의 연회장에서 손 코치와 이같은 훈련을 하고 있는 중이다. 김택형 외에도 김대우 등 어린 선수들이 비슷한 훈련을 해 왔다. 김대우는 “캠프 때 고무 공과 테니스 공으로 비슷한 훈련을 했다”고 말했다.

손 코치는 메이저리그 명 투수인 그레그 매덕스, 랜디 존슨의 훈련에서 이 훈련의 아이디어를 따 왔다. 손 코치는 “매덕스는 선발 등판 없는 날 공 바구니를 들고 외야로 나가서 펜스에 X표시를 한 뒤 천천히 맞히는 훈련을 했다고 하더라. 존슨 역시 차고에서 테니스 공으로 이런 훈련을 했다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직접적인 제구 향상을 꾀하기 보다는 손 끝의 감각을 유지하고 키우는 훈련이다. 손 코치는 “야구공 보다 작은 공으로 조심스레 던지다 보면 손 끝 감각의 중요성을 알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 투구 메커니즘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선발 일정에 여유가 있을 때 이런 훈련을 한다.

하지만, 더 중요한 효과는 ‘재미있는 훈련’이다. 손 코치는 “어린 선수일수록 훈련에 재미가 있어야 한다. 지루한 반복 훈련 보다는 때로 이런 훈련이 훈련 자체의 재미를 갖게 하고 다른 훈련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 준다”고 말했다.

김택형 역시 재미를 붙였다. 김택형은 “집에서도 인형을 세워두고 맞히는 훈련을 한다. 힘이 들지 않는 훈련이기 때문에 개수와 시간을 정해두지도 않는다. 한 번 하면, 제대로 맞힐 수 있을 때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한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