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 미팅에 가면 ‘광대’가 되고 싶고, 연기를 하면 ‘배우’가 되고 싶어요. 여러 가지를 하되 하고 싶은 것에 따라 바뀌는 진솔한 사람이면 좋겠죠.”

　우리가 흔히 부르던 아이돌그룹 엠블랙의 멤버 이준은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 연기를 잘 하고 싶은 배우 이준(27)만이 남았다. 최근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를 마친 그는 연이어 영화 <손님>을 개봉시켰다. 곧이어 KBS2 단막극 <드라마스페셜>에도 출연한다. 엠블랙에서 벗어나자 연기 쪽으로 본격적인 방향을 잡고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연기에 있어 천재적인 자질이 있는 사람이 있고, 후천적인 노력을 경주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준은 그 반반의 모습이다. 역할에 따라, 정작 본성은 정말 그 상황이 싫어도, 눈물이 나도 참아내며 다른 모습으로 변한다. 그리고 연기에 대한 열정은 직접 마주하면 그 열기가 느껴질 정도로 크다. 그는 그를 스스로 ‘광대’로 칭하기도 했다. 멋있어 보이고 싶을 수도 있는 그에게서 나온 그 단어가 한참 머릿속을 맴돌았다.

　- 영화 <손님>이 개봉했다.

　“독일 동화 <하멜른의 피리부는 사나이>가 모티프인 이야기인데 약속에 대한 이야기다. 주인공이 쥐를 쫓아주면 대가를 주겠다는 마을로 찾아가는데 정작 쥐를 쫓고 나니 아무런 보상이 없는 거다. 한국전쟁 이후로 상황을 바꿔서 한국적으로 만들었다. 나는 남수 역을 연기했다. 이성민 선생님의 아들인데 마을 사람들을 지도하는 역이다. 쇠약한 아버지 대신에 마을의 궂은일을 도맡고 있다. 아버지에게 마을을 물려받기로 돼 있는데 어느 날 찾아온 손님 우룡(류승룡)에게 경계심을 느낀다. 그래서 세고 거칠게 대하는 역이다.”

　- 지난해 여름 강원도 양양, 평창 등 산골에서 촬영했다고 들었다.

　“벌레 때문에 힘들었다(웃음). 벌레를 무서워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상상 이상으로 내가 벌레를 무서워하고 있더라. 어떻게 보면 완전 산골이고 공기가 좋으니 그만큼 벌레가 많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벌레는 너무 커서 ‘새’로 느껴질 정도였다.”

　-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 이후 계속되는 행보다. 드라마 이후 아쉬움은 없나.

　“생각했던 것보다 크다. 아쉬움은 있을 수밖에 없다. 매번 작품을 할 때마다 그래도 연기에 대해 조금씩 깨달아 가는 부분이 있다. 예전에는 100% 나의 연기를 계산했다면 이번에는 상황을 느끼는 그대로 연기했다. 현장에 가면 상황도 나름 있고, 소품에 따라서도 느낌이 바뀌는데, 이제는 연기의 큰 틀을 가지고 그저 느끼는 대로 연기를 해봤다.”

　- 안판석 PD와의 작업 소감이 궁금하다.

　“드라마 <밀회>를 좀 본적이 있다. 워낙 훌륭하신 연출자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밀회>를 보면서도 드라마가 같다는 생각보다는 영화 같다는 생각을 더 많이 했다. 촬영 역시 한 장면을 찍으면 끊어서 찍는 경우가 많은데 이 드라마에는 영화보다 롱 테이크 촬영이 더 많이 쓰였다. 드라마를 찍는 느낌이 아니었다.”

　- 결국 <풍문으로 들었소>는 부잣집에서 태어난 한인상의 성장담이었는데 인간 이준이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한인상은 서봄(고아성)을 위해 집을 나오고 상속도 포기한다. 나라면 현실적으로 봤을 때 둘 다 얻으려고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두 가지를 다 얻지 못하고 하나를 골라야 하는 상황이라면 인상이보다는 더 노력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 역시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손님>도 <풍문으로 들었소>도 그렇고, 이전 <갑동이>에서의 연기도 그렇지만 일상적이지 않은 상황, 일상적이지 않은 캐릭터를 표현하는 데 강점을 보이는 것 같다.

　“늘 그런 생각을 한다. 새로운 것을 연기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는데, 물론 늘 해오던 캐릭터도 중요하다. 하지만 늘 연기가 비슷하다는 말을 들을 수도 있으니까 여러 가지를 놓고 도전해보고 싶은 거다. 그때그때 촬영장마다 상황이 다르기는 하다. 연기가 잘 안 되면 되게끔 마음을 정리한다. 늘 배역에 몰입하면 사람이 예민해진다. <배우는 배우다>를 찍을 때는 뼈가 녹는 느낌까지 받았다(웃음).”

　- 지금까지 가수와 연기자를 병행해왔다. 쉽지 않았을 듯한데.

　“두 개를 하든, 하나를 하든, 같이 하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 물론 몇 개의 일을 하더라도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결국 연기를 하기로 했지만 항상 둘 다 하면서 행복했다. 부모님에게 감사했고, 살면서 세상을 불평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둘을 다 해볼 수 있었다는 데 감사한다.”

　- 또 어떤 연기를 해보고 싶나.
　
“매일매일 생각이 바뀐다.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안 했던 연기를 해보고 싶은 생각이다. 전에 나왔던 느낌과 비슷하다면 고민할 것 같다. 단 그 연기가 정말 좋다면 하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새로운 연기에 끌리는 게 사실이다.”

　- 그룹을 벗어났지만 가수로서 활동 생각도 있나.

　“아직은 생각이 없다. 기회가 된다면 모르겠지만…. 연기적으로 아직은 부족한 면이 많아 이를 채우는 게 중요하다. 너무 바쁘게 살아서 생각할 겨를 없이 달려온 것 같다. 시간이 나도 하고 싶은 것도 잘 없더라. 갈증이 계속 생기기도 한다. 잠깐 쉬면 금방 회복이 되니까 또 다음 것, 다른 것을 해보고 싶어진다.”

　- 이준은 어떤 사람, 어떤 연기자인가.

　“단 둘이 있을 때랑, 여럿이 있을 때 다른 사람인 것 같다. 1대1로 보면 집중을 잘 하는데, 여럿이 보면 분위기를 띄우고 싶어 한다. 관객에게는 ‘광대’의 입장에서 감사 표시를 잘 한다. 많이 퍼주는 스타일이다. 팬 미팅 때는 광대이고 싶고, 연기할 때는 배우이고 싶다. 상황에 따라 예의는 갖추되 분위기를 즐겁게 하는 사람이었으면 한다. 작품을 구상하는 분들에게 신뢰를 주고. 전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이겠다고 약속하면 책임을 지는 사람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