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 슈틸리케 감독(61)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젊은 유망주로 동아시아 정상에 오르면서 새로운 변화가 예고됐다. 선수층이 넓어진 만큼 A매치를 상황에 따라 해외파와 국내파로 치르는 투 트랙 전략을 가동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신태용 올림픽대표팀 감독 겸 축구대표팀 코치(45)는 지난 9일 중국 우한 현지에서 동아시안컵 우승을 확정지은 직후 “선수층이 넓어진 만큼 두 개의 대표팀을 운영하는 획기적인 방안도 생각할 만 하다”고 귀띔했다.

슈틸리케호가 투 트랙 전략을 고민하는 까닭은 9~10월 재개되는 2018 러시아월드컵 2차예선 3연전 탓이다. 2차예선에서 만날 라오스·레바논·쿠웨이트 등은 객관적인 전력만 따진다면 까다로운 상대는 아니다. 그러나 레바논과 쿠웨이트 같은 중동 국가는 유럽에 버금가는 시차(6시간)와 먼 거리가 부담스럽다. 실제로 한국은 과거 두 차례 레바논 원정에서 1무1패라는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안았다. 특히 9월에는 홈(라오스·9월 3일)과 원정(레바논·9월 8일)을 번갈아 치르는 악조건까지 겹친다.

유럽에서 뛰는 최정예 멤버들을 총동원할 경우 1주일 사이에 지구 반 바퀴를 도는 강행군을 감수해야 한다. 예컨대 손흥민(23·레버쿠젠)이 라오스·레바논전을 모두 뛴다면 비행기에서 보내는 시간만 30시간여, 이동 거리는 2만2000여㎞에 달한다. 4~5일 간격으로 계속 바뀌는 시차도 극복해야 한다. 손흥민은 소속팀 경기 직후 ‘산넘고 물건너’ 8시간 시차가 나는 한국에서 라오스전을 소화한 뒤 다시 레바논으로 날아가 시계를 6시간 돌리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원정 경기를 치러야 한다.

그러나 투 트랙 전략을 쓸 경우 상황이 달라진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77위로, 2차예선 상대로는 최약체인 라오스를 상대로는 국내에서 뛰는 선수들 위주로 나서고, 레바논 원정은 최정예 멤버로 상대한다면 선수들의 컨디션을 유지하면서 성적이란 두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것이다. 과거 런던올림픽 최종예선 당시 홍명보 감독도 투 트랙 전략으로 본선행 티켓을 따낸 전례가 있다. 이 때문에 슈틸리케호는 10월 A매치 일정도 이례적으로 원정과 홈경기를 잇달아 치르는 형태로 짤 계획이다. 10월 8일 예정된 쿠웨이트와의 러시아월드컵 2차예선 원정 경기를 치른 뒤 이집트와 평가전을 안방에서 치르는 것이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기술위원회를 거쳐 마지막 결론이 나와야 하는 사항이지만, 현재로는 이집트전은 한국에서 치르는 것으로 논의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