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중국 우한에서 열린 2015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 여자선수권 플레이오프. 북한이 태국에 58-44로 앞선 경기 종료 3분여전 슈터 신향옥이 승리에 쐐기를 박는 3점슛을 연거푸 터뜨리자 벤치는 그야말로 열광의 도가니로 바뀌었다. 북한은 오랜만에 나선 국제무대에서 1부 리그 진입에 성공했다.

북한은 지난 2005년 아시아선수권에 출전해 6위에 오른 이후 10년 동안 단 한 차례도 국제대회에 나서지 않아 이번 대회에서 ‘미지의 팀’으로 불렸다. 북한은 2년 전에도 대회 출전신청을 하곤 끝내 불참했다. 국제대회 기록이 거의 없어 북한은 대회 참가국 중 유일하게 FIBA 랭킹이 없는 팀이기도 했다.

그러나 미지의 팀 북한은 강했다. “많이 보고 배우러 왔다”던 박천종 북한 선수단장의 겸손한 출사표와 달리 승승장구했다. 박천종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선수로 활약했고, 현대 그룹 통일농구 교류 때 한국에 오기도 했던 북한 남자 농구의 간판슈터 출신이다.

북한은 비록 2부리그(스리랑카·필리핀·카자흐스탄·말레이시아)에서 뛰었지만 필리핀에 1점 차로 진 것만 빼곤 모두 승리했다. 재빠른 패스에 이은 외곽슛이 매서웠다. 작은 신장(평균 1m74)을 단점이 아닌 장점으로 살려 쉼없이 3점포를 터뜨리며 상대의 혼을 빼놨다. 2부리그 2위를 차지한 북한은 1부리그 진출을 놓고 1부 5위 태국과 겨룬 이날 플레이오프에서 33-45의 리바운드 열세를 3점슛 11개로 만회하며 승리를 거머쥐었다.

태국전에서 21점을 올린 해결사 박향종은 경기후 “조선(북한)은 키가 짝다라니까(작으니까) 석 점 짜리 투사하고 빠른 속공 들어가라고 (김정은) 원수님께서 내려주신 방식”이라고 말했다. 전 미국프로농구(NBA) 스타 데니스 로드먼을 수차례 북한에 초청할 정도로 열성 농구팬인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대표팀 지원에 직접 관심을 보인다는 이야기다.

박천종 단장도 “(김정은 위원장이) 많이 도와주신다”면서 “그동안 국제대회에 나오지 못했지만, 앞으로는 계속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