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만에 월드시리즈 진출’

결국 ‘염소의 저주’에 또 발목이 잡혔다. 시카고 컵스의 2015 시즌은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7전4선승제)까지 였다. 영화 ‘백 투 더 퓨처 2’의 예언도 소용없었다.

컵스가 끝내 월드시리즈 진출에 실패했다. 컵스는 22일 미국 시카고 리글리필드에서 열린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4차전에서 메츠에 3-8로 졌다. 컵스는 시리즈 전적 4패가 돼 기적을 연출하는데 실패했다. 반면 메츠는 2000년 이후 15년만에 월드시리즈에 진출하는 감격을 누렸다. 메츠의 마지막 월드시리즈 우승은 1986년이다.

‘염소의 저주’가 생각나지 않을 수 없는 시리즈였다. ‘염소의 저주’란 1945년 컵스와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와의 월드시리즈에서 한 컵스팬이 자신이 데려온 염소를 입장시켜주지 않는 것에 원한을 품고 “다시는 리글리필드에서 월드시리즈가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저주한데서 시작됐다. ‘밤비노의 저주’, ‘블랙삭스의 저주’와 함께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3대 저주였다. ‘밤비노의 저주’는 2004년, ‘블랙삭스의 저주’는 2005년에 깨졌고 ‘염소의 저주’만이 남아있다.

피츠버그 파이리츠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디비전시리즈를 모두 이겨 승승장구했던 컵스의 기세는 챔피언십시리즈에서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세인트루이스를 상대로 홈런쇼를 선보였던 컵스는 챔피언십시리즈에서 차갑게 얼어붙었다. 컵스가 이번 챔피언십시리즈에서 뽑아낸 득점은 총 8점으로, 경기당 평균 2점에 불과했다.

메츠의 선발 3인방인 맷 하비, 제이콥 디그롬, 노아 신더가드는 이번 챔피언십시리즈에서 방어율 2.21(20.1이닝 5실점)을 기록했다. 강력한 구위로 무장한 메츠의 선발 3인방은 1986년 월드시리즈 우승 당시 드와이트 구든과 론 달링이 주축이 됐던 선발진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마운드에서 이들 3명이 맹활약을 펼쳤다면 타선에서는 대니얼 머피가 단연 돋보였다. 머피는 LA 다저스와의 디비전시리즈 4차전부터 챔피언십시리즈까지 포스트시즌 6경기 연속 홈런이라는 역대 최초의 기록을 세우며 챔피언십시리즈 MVP에 선정됐다. 머피가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만 터뜨린 홈런 숫자만 7개다.

때마침 ‘염소의 저주’에 나오는 염소의 이름이 ‘머피’로 알려지면서 다시 한 번 컵스와 ‘염소의 저주’의 상관성이 불거지는 계기가 됐다. 컵스에게는 ‘염소의 저주’와 ‘머피’라는 단어가 기억에 진하게 남을 챔피언십시리즈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