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고향이 좋다>가 갑자기 화제의 중심에 섰다. <무한도전> 멤버 광희가 출연해 방어잡이에 나섰다가 포복절도할 몸개그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지역 네트워크 프로그램이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무한도전>의 영향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MBC 주말드라마 <내 딸, 금사월>은 유재석 출연으로 후끈 달아올랐다. 유재석은 극 중 천재 화가와 비서, 톱스타를 넘나드는 1인 3역 연기로 시청자들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정준하는 박명수에 이어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출연해 전반전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웃음 사망꾼 행렬을 끊어내는 성과를 거뒀다.

멤버들은 방송은 물론 영화에도 넘나들며 <무한도전> 효과를 전파했다.박명수는 윤제문, 정소민 주연의 영화 <아빠는 딸>에 출연했다. 하하 또한 천정명, 하지원이 출연하는 영화 <목숨 건 연애>에서 코믹 액션 연기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자선경매쇼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무한도전>의 출연료 기부 이벤트의 핵심 키워드는 콜라보다. 최근 지상파 방송은 다양한 채널과 플랫폼 등장으로 시청률이 예전만 못하다. 이런 상황에서 <무한도전>과 같은 간판 프로그램의 인지도를 활용한 프로그램 홍보는 매력적인 대안으로 꼽힌다. 앞서 지난 15일 SBS <런닝맨>도 같은 채널의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 <웃음을 찾는 사람들> 팀과 개그 배틀이라는 이름으로 사실상의 콜라보 홍보를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콜라보 홍보는 과거 토크쇼가 헤왔던 특정 프로그램, 혹은 영화의 홍보창구 역할과는 또 다른 측면이 있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씨는 “프로그램 간 콜라보는 노골적인 홍보가 주는 거부감을 없애고 상호 프로그램 안에 새로운 그림을 그려넣는다”고 말했다. 일례로 <내 딸, 금사월>에서 손창민이 코믹한 애드리브를 구사할 수 있었던 건 연기 호흡을 맞추는 상대가 유재석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또 <무한도전> 멤버가 투입된 드라마나 영화는 이들의 출연으로 관객들의 집중력을 높이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동시에 <무한도전> 멤버들은 예능뿐만 아니라 연기 등에 도전하며 만능 엔터테이너로서 자신의 존재감을 뽐낼 수 있다.

사실 콜라보는 프로그램 간, 장르 간에서 이루어지는 것은 물론 각기 다른 플랫폼 사이에서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지상파 방송과 아프리카TV 같은 인터넷 방송 간 교류,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나 영화,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TV 콘텐츠로 들어간 드라마 등이 좋은 예다. 그러나 이들 콜라보가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지상파 방송과 인터넷 방송 간 콜라보는 성공이라고 부를 만한 성과를 아직 거두지 못했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 토요일 심야시간대에서 선전하고 있지만 출연 게스트에 따라 시청률과 화제성이 들쭉날쭉하다. 이번 <무한도전> 정준하의 콜라보 미션으로 화제성을 한껏 끌어올렸지만 <무한도전> 자체의 영향력, 다른 멤버들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어려웠을 일이다. 전문가들은 제 아무리 유명 연예인이라도 플랫폼의 특성에 걸맞는 소통을 하지 못할 경우 관심을 끌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한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아프리카TV의 스타 BJ 양띵, 악어의 첫 지상파 방송으로 이목을 끌었던 KBS2 <예띠 TV>는 심야시간에 편성된 것을 감안하더라도 전혀 화제가 되지 못하고 있다. 공통적인 결론은 각각의 플랫폼에 대한 이해 없이 성공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가장 현실적으로 콘텐츠 수용자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스타 PD들의 방송국 간 경계를 허무는 콜라보다. 나영석은 과거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김태호 PD와 형성된 라이벌 구도에 대해 “전혀 다른 스타일이다. 오히려 이상한 유대감 같은 게 있다”면서 <1박2일>과 <무한도전>의 콜라보에 대해 함께 얘기한 적이 있다고 밝혀 화제의 중심에 섰다. 하지만 이 콜라보는 방송국 간 이해관계에 막혀 불발됐다. 두 PD가 따로 프로덕션을 차리지 않는 이상 불가능한 일일 테다. 분명한 것은 콜라보가 예능 콘텐츠의 새로움을 위한 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무한도전>을 통해 생겼다는 것이다. 물론 상대 프로그램, 플랫폼에 대한 깊은 이해가 바탕이 된 상황에서의 시나리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