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를 걱정할 지경입니다.”

21일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경남FC 박치근 사장의 목소리에는 답답한 심정이 녹아났다.

경남은 겨우내 혼란에 휩싸였다. 최근 안종복 전 사장이 2013년부터 2년간 “유리한 판정을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심판 4명에게 수천만원을 건넨 사실이 검찰 조사에서 드러나 프로축구연맹에서 내년 시즌 승점 10점이라는 중징계를 받은 탓이다.

박치근 사장은 “구단으로선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는 일”이라며 “올해 2부리그인 K리그 챌린지 사례를 살펴보면 16승(승점 48) 정도를 챙겨야 플레이오프를 거쳐 1부리그 승격을 노릴 수 있는데, 이번 징계로 3승1무를 날린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한 마디로 1부리그 승격은 내년에도 물거품이 됐다는 의미다.

이번 사태가 경남에 주는 충격은 단순한 승점 삭감으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어 그를 더욱 고민스럽게 한다. 박치근 사장은 “아직까지 (구단주인 도지사에게) 구체적인 보고를 하지 못했기에 지시도 없었다”면서 “그러나 일각에선 구단 해체도 거론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실제로 이날 구단 앞에선 한 단체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경남 구단에 대한 신뢰가 사라진 만큼 당장 내년 예산도 장담할 수 없다. 박치근 사장은 “솔직히 내년 성적이 큰 의미가 없을 가능성이 높지 않느냐”며 “강원FC가 예산 문제로 진통을 겪은 것을 보면 우리도 같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한 사람(안종복 전 사장)의 전횡으로 구단이 날아가게 생겼다”고 토로했다.

이날 프로축구연맹은 파주트레이닝센터에서 제2차 K리그 CEO아카데미를 열고 K리그 22개 구단 사장 및 단장을 초대했지만, 박치근 사장은 불참했다. 박치근 사장은 “이번 사태를 해결하느라 참가는 엄두도 내지 못했다”며 “역대 축구대표팀 감독을 숱하게 배출한 축구의 고장 경남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당분간 해결책을 찾는데 초점을 맞추려고 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편 이날 CEO아카데미에 참석한 한 구단 사장은 “분명 승점 10점 삭감은 경남에 큰 타격이고, 전임 사장의 잘못이라 억울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구단이 잘못된 행동을 저지른 만큼 책임도 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