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익산에서 22일 새벽 4시30분경 진도 규모 3.9의 지진이 발생하면서 온라인 상에는 ‘지진운’이 화제가 되고 있다. 익산 지진 발생 2주 전쯤에 부산과 경남 지역 등에서 지진운을 봤다며 촬영한 구름 사진이 네이버 지식인 서비스에 올라와 사실상 지진을 예측한 셈이 됐다는 것이다. 네이버 지식인에는 12월 9일 올라온 게시물 이전에도 계단 모양 등 특이한 형태의 구름을 봤다면서 지진운이 맞는지 확인해 달라는 질문이 다량 검색되고 있다.

‘지진운’은 지진이 발생하기 전 나타난다는 특정한 모양의 구름을 말한다. 지진운 개념이 한국에서 널리 소개된 것은 MBC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에서 지난 3월 15일 일본에서 논란이 된 지진운 에피소드를 다루면서부터다. 일본 지진예지협회 대표인 사사키 히로하루가 2005년 4월 구름을 근거로 “7일 이내 진도 6급의 지진이 간토 지방을 직격할 것”이라고 예측했고 열흘 뒤 이 예측이 맞아떨어졌다는 것이다. 사사키는 땅 속에 있던 강력한 전자파가 지진 전에 하늘로 올라가면서 지진운을 형성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사사키는 지진을 앞둔 시기에 따라 길고 가느다란 띠 모양, 물결 모양, 하늘로 쭉 뻗은 모양, 회오리 모양, 무지개색 구름 등 다른 형태가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지진운 외에도 대기 중에서 관찰되는 발광현상인 ‘지진광(earthquake light)’도 지진의 전조현상으로 꼽힌다. 하늘에 섬광이 번쩍이는 현상이 수초에서 수십분간 지속되는 현상으로, 1965년 일본 나가노에서 관측된 것이 대표적이며 2008년 중국 쓰촨성, 2010년 칠레 지진 등에서서도 관찰됐다. 지진광이 발생하는 원인으로는 지진때 발생한 에너지가 석영 등 지표의 암석과 반응해서 방전을 일으킨다는 설명과 지진 발생시 분출되는 기체가 대기 중 오존이나 산소와 반응하여 일어난다는 설명이 있다.

동물들의 이상행동도 지진 전조현상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2004년 남아시아 지진과 2005년 파키스탄 강진 때는 야생동물들이 고지대로 몸을 피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2008년 중국 쓰촨성 대지진 직전에는 두꺼비가 떼로 출몰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발생 5일 전엔 이바라키현 해안에 떼죽음을 당한 돌고래 50여마리 사체가 발견되어 대지진의 전조 현상이 아니었느냐는 보도가 대거 나왔다.

관련 학계에서는 이들 전조 현상을 아직 연구단계일뿐 학문적으로 정립된 개념으로는 보지 않는 추세이다. 지진 전조현상이 인정받으려면 반복성·주기성 등이 만족되어야 하나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예컨대 지진운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지진이 발생할 때마다 지진운이 관측되어야 하겠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 중국에선 동물 행동을 연구해 1969년과 1975년 지진 대피령을 내려 피해를 줄인 사례도 있지만 아무 전조 현상이 없었던 1976년 탕산 지진에서는 많은 피해자를 냈다. 또한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예측하는 데 실패한 일본지진학회의 경우 지금 수준에선 지진 예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기도 했다.

한국 기상청에서 제공하는 기상백과에서는 암석의 전기전도율 변화, 방사성동위원소 양의 변화, 미소지진활동의 변화, 그 지역을 지나는 지진파의 속도변화 등을 지진 전조현상으로 들고 있지만 “대부분 지진 발생 후에 전조현상으로 인정받은 것”이라며 “지진예측 연구가 여러 국가에서 수행되고 있으나, 아직 실용적 수준에 이르기에는 어려움이 많은 실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한편 김규범 서울대 교수 연구진은 지난 9월 지진 발생을 가장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기체 ‘토론’(Thoron)을 세계 최초로 발견했다고 학계에 보고한 바 있다. 2010년 5월부터 2011년 6월까지 경북 울진 성류굴의 기체 상태를 조사한 결과 동일본 대지진 1개월 전부터 공기 중 라돈과 토론의 농도가 평소보다 3~4배 높아졌다는 것이다. 계절에 따라 농도가 달라지는 라돈에 비해 기상현상의 영향을 받지 않는 토론이 지진 예보에 활용하기에 더 유용하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지진이 일어날 만한 장소에 인공 굴을 만들어 토론 기체를 관측하면 지진 예측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