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벌어진 ‘미스 유니버스 번복 사건’에 마이너리그 야구팀이 재빨리 반응했다. 텍사스 산하 더블A팀인 프리스코 러프라이더스는 “30초 만에 미스 유니버스에서 2위로 떨어진 미스 콜롬비아 아리아드나 구티에레스를 위해 개막 2차전인 4월27일 ‘위대한 2등들의 밤’ 행사를 연다”고 22일 발표했다.

앞서 2015 미스 유니버스 선발 대회에서는 진행을 맡은 코미디언 스티브 하비가 미스 유니버스 수상자로 구티에레스를 발표했다가 30초 뒤 미스 필리핀 피아 알론소 워츠바흐로 번복했다. 콜롬비아 국기를 흔들며 청중들에게 손키스를 날렸던 구티에레스가 한없이 머쓱해지는 순간이었다.

프리스코 러프라이더스는 이 해프닝을 곧장 이벤트로 승화시켰다.

프리스코는 ‘역사상 위대한 2등들의 밤’으로 명명된 이날 행사에 구티에레스를 VIP로 초대하는 것은 물론 시구도 맡기겠다는 계획이다. 수상자를 잘못 호명한 코미디언 하비 역시 초청해 식전 행사를 맡긴다는 계획도 세웠다.

단지 미스 유니버스 시상식 해프닝을 위로하는 차원을 넘어서는 원대한 그림을 그렸다. ‘2등들의 밤’이니 만큼 유명한 2등들이 초대 인사 명단에 포함됐다. 미국프로풋볼(NFL) 슈퍼볼에서 1991~1994년 연속 준우승을 차지한 버팔로 빌스의 주요 선수와 감독을 초청키로 했다. 오디션 프로그램 ‘스타 서치’에서 2위에 머물렀던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크리스티나 아길레라도 명단에 올랐고, ‘아메리칸 아이돌’의 2위 출신 가수 아담 램버트와 클레이 에이킨도 초청 명단에 포함됐다.

‘2등들’의 범위는 정치권까지 확대됐다. 프리스코는 미국 대통령 투표에서 아깝게 고배를 든 앨 고어와 밋 롬니에게도 일단 초청장을 보내기로 했다.

프리스코의 홈 경기 때는 매번 그라운드에서 팬들의 달리기 시합이 벌어지는데, 이날 만큼은 1등이 아닌 2등에게 상을 주기로 했다. 부상은 물론, 경기장 ‘2등석 티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