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전자랜드는 2014~2015 시즌 프로농구 팬들의 가슴에 불을 지폈던 팀이다. 정규리그 6위로 플레이오프에 턱걸이 했지만, 6강전에서 호화멤버의 3위 서울 SK를 3연승으로 제압했고 4강전에서는 2위 원주 동부를 벼랑 끝까지 몰고갔다.

전력상 절대 열세라는 평가를 보란듯이 뒤집고 SK에 완승을 거둔 전자랜드는 4강전에서도 체력이 바닥난 불리함을 극복하고 첫판을 먼저 잡는 등 이변을 일으켰다. 이름난 스타 플레이어는 없지만 선수 전원이 개인을 희생하며 일궈낸 ‘최하위 시드의 반란’이 5차전에서 멈췄을 때, 유도훈 감독과 선수들은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사나이들의 보여준 눈물과 감동 투혼에 팬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그 때가 지난해 3월말, 전자랜드는 시즌 막판 농구판을 들었다 놓았다 했던 최대 이슈메이커였다.

그로부터 9개월이 지난 지금, 전자랜드는 2015~2016 시즌 프로농구에서 10개 팀 중 최하위로 떨어져 있다. 올스타 브레이크를 앞두고 38경기에서 11승27패, 승률 0.289의 형편없는 성적이다. 지난 여름 트라이아웃에서 전체 3순위로 뽑은 외국인선수 안드레 스미스(1m98)를 앞세워 개막후 4연승을 올린 이후 전자랜드는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스미스가 부상으로 교체되면서 팀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두 차례 4연패와 6연패를 당하더니 급기야 5일 안양 KGC전에서 이번 시즌 최다인 8연패를 기록하며 주저앉았다.

정영삼, 정효근, 박성진, 정병국, 이현호 등 국내선수들은 변함이 없다. 지난 시즌 돌풍을 주도했던 주장 리카르도 포웰을 포기하고, 그 만큼 탁월한 기량을 갖춘 안드레 스미스를 뽑으며 변화를 꾀했던 전자랜드는 불과 수개월만에 ‘감동의 팀’에서 ‘희망을 잃은 팀’으로 전락했다.

한 시즌 만에 전자랜드의 위치가 이렇게 달라진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여름 전자랜드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첫 단추를 잘못 꿴 게 컸다. 비시즌 동안의 준비가 부족했다는 말이다. 주포 정영삼이 허리수술을 했고, 국내 빅맨 주태수도 수술로 훈련을 하지 못했다. 팀내 최고참 이현호는 부상으로 시즌을 거의 접은 상태다. 가드 김지완은 필리핀 리그 진출로 실전감각을 쌓고 돌아왔지만, 국내선수들끼리 호흡을 맞추는데는 마이너스였다. 정규 시즌을 예년보다 한 달 이상 빠르게 열면서 전자랜드는 주전끼리 손발을 맞춰본 시간이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았다.

여기에 장신 외국인선수 스미스의 부상 부진이 더해졌다. 10경기 만에 허버트 힐로 교체했고, 단신 외국인선수 알파 뱅그라도 23경기만에 자멜 콘리로 바꿨다. 부진이 계속되자 극약처방으로 KCC에 허버트 힐을 내주고, 포웰을 데려와 지난 시즌의 영광을 되살리려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포웰 합류 이후 2경기 연속 승리를 챙겼지만, 이후 8연패 늪에 빠졌다.

유도훈 감독은 “모든 게 팀을 잘못 운영한 내 책임이다”고 고백한다. 비시즌 동안 피할 수 없었던 준비소홀과 잇딴 외국인선수 교체등 혼란의 책임을 묻는다면 그건 결국 감독의 몫이다.

사실상 6강 탈락이 확정적인 가운데, 유도훈 감독은 지금 선수들의 동기부여를 위해 애쓰고 있다. 5일 경기를 치르기 전 라커룸에서 유감독은 “이번 시즌만 농구하고 말 것이 아니다. 지더라도 국내선수들이 경기를 통해 발전하는 것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비록 플레이오프 진출엔 실패했지만, 개인의 발전은 물론이고 길게 다음 시즌까지 바라보며 땀을 흘리자는 이야기다.

유 감독은 KGC전 패배후 “올스타 브레이크 기간 동안 외곽 수비를 강화해 팀을 정비하겠다. 시즌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