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최종회까지 끝나지 않는 고민, ‘남주(남자 주인공)’와 ‘서브남주(두번째 비중의 남자 주인공)’ 중 누가 더 매력적인가에 대한 물음이다.

요즘 안방극장의 여성 시청자들이 드라마가 끝난 후 ‘누가 더 좋은지’에 대해 필요 이상의 고민에 빠진다. 360도 돌려봐도 모든 것이 멋있는 ‘남주’를 택할 것인지, 매력 터지는 ‘서브남주’를 택할 것인지 당신의 선택은 어떤가.

매주 수·목요일마다 두 남자의 박력 끝 여운에 잠을 뒤척이는 여성들 많을 터. KBS2 <태양의 후예>에서 유시진(송중기)와 서대영(진구)는 군인 특유의 ‘다나까’ 말투로 여심을 사로잡는다. 유시진은 직설적인 화법과 화끈한 애정표현으로 미소년 같은 외모 뒤에 숨겨진 카리스마 매력을 뽐낸다. 유시진은 술 먹고 싶냐는 강모연의 농담에 “방법이 없진 않죠”라며 상남자 와인키스를 선보엿다. 반면 ‘츤데레’ 면모를 보이는 서대영은 직설적인 애정 표현 대신 종종 찾아오는 갑작스런 반전 매력이 일품. 서대영은 공항에서 “또 도망가시는 겁니까”라는 윤명주(김지원)의 한 마디에 명주를 휙 돌려 끌어 안아 여성 시청자들을 심쿵하게 만들었다.

SBS <육룡이 나르샤>에서 이방원(유아인)과 이방지(변요한)은 둘 다 가슴 아픈 사랑으로 모성애를 자극했다. 이방원은 한 마디로 ‘나쁜 남자’. 이방원은 분이(신세경)에게 끝없는 애정을 쏟아 붓지만, 책임지지 못하는 운명이다. 이방원은 어느 날 분이를 불러 내 눈밭에서 어린 아이처럼 실컷 눈싸움을 벌인 뒤 눈물의 작별 키스를 건낸다. 헤어지자는 건지 말자는 건지…. <육룡이 나르샤> 속 또다른 그 남자, 이방지는 제대로 된 고백 한 번 해보지 못한 채 사랑하는 여인을 떠나보내야 했지만 그의 사랑은 아름다웠다. 그는 연희(정유미)의 지근거리에 있기 위해 정도전의 호의무사를 자처하며 하루하루 목숨을 내걸고 살았다. 직접적인 애정 표현은 없지만, 항상 옆에서 지켜주고 나만 바라보는 순정적이고 잘생기기 까지 한 이 남자, 어떻게 미워할 수가 있을까?

SBS 새 월화드라마 <대박>은 방송 시작 전부터 화려한 캐스팅으로 관심이 뜨겁다. 대길(장근석)과 연잉군(여진구)의 대결 구도 속에서 시청자는 또다시 담서(임지연)로 빙의하게 될 전망이다. 대길은 숙종과 후궁 숙원에게서 버려진 비운의 아들로 상처를 간직한 채 거친 세상과 맞서 싸우는 ‘보호해주고 싶은 남자’로 변신할 예정이다. 반면에 연잉군은 숙종의 아들로 비천한 출신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으나, 스스로가 왕이 될 운명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살아가는 당당한 상남자의 면모를 보일 예정이다. 전국의 수많은 담서들은 과연 누구의 편에 서게 될까.

최근 종방한 tvN 금토드라마 <시그널> 속 이재한(조진웅)과 박해영(이제훈)도 180도 상반된 매력을 내뿜으며 많은 시청자들을 고민에 빠뜨렸다. 이재한은 곧고 우직한 성격으로 정의를 위해 끝까지 달리는 ‘진짜 남자’의 면모를 보였다. 그는 차수현을 향한 ‘순정마초’ 같은 매력과 함께 정의를 위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카리스마를 뿜어냈다. 한편, 박해영은 과거 아픔을 숨기고 세상을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어설픈 천재 연하남 캐릭터로 보호본능을 자극했다. 그는 겉으로는 차갑지만 이재한과 차수현 사이에서 다리역할을 하며 로맨스에 서툰 이재한에게 조언을 건네기도 했다. 당신은 ‘순정마초’ 이재한의 등에 엎힐 것인가, 아니면 상처받은 연하남을 안아줄 것인가.

tvN 종영드라마 <치즈인더트랩>은 이해할 수 없는 결말로 구설수에 올랐으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유정선배(박해진)와 백인호(서강준)는 둘 다 멋있었다는 점이다. 유정선배는 스마트한 두뇌회전과 다정다감한 목소리, 매너 넘치는 행동으로 사람을 홀리면서도 내면의 상처를 보듬어주고 싶게 만들었다. 그러면서도 침대에 누워있는 홍설에게 로맨틱한 키스를 퍼붓는 등 여린 외모 뒤로 감춰진 상남자 매력을 뽐냈다. 반면 백인호는 옆에 없으면 허전한 친구같은 남자. 그는 매번 홍설과 투닥거렸지만, 마음속 모든 말들을 다 건낼 수 있는 편한 존재였다. 또 항상 나를 주시하고 있다가 위험에 처하면 남자친구보다 먼저 달려오는 캐릭터. 대체 누굴 고른단 말이냐. 오늘도 우리는 드라마 속 ‘남주’와 ‘서브남주’때문에 필요없는 고민에 빠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