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일승 감독(53)의 ‘토털 농구’가 마침내 챔피언 결정전 우승으로 꽃을 피웠다.

추일승 감독이 이끄는 고양 오리온이 2015~2016 시즌 프로농구 정상에 올라 포효했다. 오리온은 29일 경기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챔피언 결정전 6차전에서 허일영, 김동욱, 문태종, 이승현, 조 잭슨, 애런 헤인즈 등의 무차별 내외곽 공격으로 전주 KCC를 120-86으로 대파하고 4승2패로 시리즈를 끝냈다. 토종 포워드의 핵심 이승현(1m97)은 6경기 내내 KCC의 국내 최장신센터 하승진(2m21)을 효과적으로 막고, 공격에도 앞장서는 활약을 펼쳐 데뷔 2년 만에 챔프전 최우수선수(MVP)에 뽑히는 영광을 누렸다. 이승현은 기자단 투표에서 총 87표 중 51표를 얻었다.

정규리그 3위로 플레이오프에 올라 6강전에서 원주 동부(6위), 4강전에서 챔프전 4연패에 도전한 울산 모비스(2위)를 각각 3승무패로 일축한 오리온은 불리하다는 예상 속에 시작한 챔프전에서 1차전 패배 뒤 파죽의 3연승을 거두며 대세를 틀어쥔 끝에 이날 4800여 홈팬 앞에서 마지막 퍼즐을 끼워넣었다.

오리온은 이로써 대구 동양 시절이던 2001~2002 시즌 김승현, 마르커스 힉스, 김병철, 전희철 등 호화 멤버로 챔피언에 오른 이후 14시즌 만에 통산 두 번째 챔프전 우승을 차지했다. 2011~2012 시즌 연고지를 고양으로 옮긴 이후 5시즌 만의 우승이고, 정규리그 3위로는 역대 4번째로 챔피언에 오른 팀이 됐다. 통합우승 2연패를 노렸던 2002~2003 시즌 챔피언 결정전에서 ‘15초 계시기 사건’ 논란 끝에 좌절한 이후 한 번도 오르지 못했던 챔프전과의 악연도 깨끗이 씻었다.

추일승 감독은 기존 김동욱(1m94), 허일영(1m95), 이승현(1m97), 장재석(2m3) 등 국내 장신 포워드 및 센터 자원에 자유계약선수 문태종(1m99)을 영입하고 외국인선수로 만능 재주꾼 애런 헤인즈(1m99)와 ‘땅콩 가드’ 조 잭슨(1m80)을 뽑아 정상 정복 플랜을 완성했다. 장신 포워드 들이 적극적으로 리바운드에 가세해 높이 우위를 점해 속공을 펼치고, 신장 차로 인한 미스매치를 활용하고, 포지션에 관계없이 전원이 외곽에서도 펑펑 슛을 날려주는 토털농구를 장착한 오리온의 전력은 시즌 시작부터 최강이었다.

개막 11연승 등으로 독주하던 오리온은 헤인즈가 부상 당하는 바람에 흔들리다가 정규리그 3위로 밀렸지만 최진수(2m2)가 상무에서 제대하고 개인기가 뛰어난 조 잭슨이 팀에 완전히 녹아든 시즌 끝무렵부터는 최강의 전력으로 거듭났다. 국내농구에 일찍 적응하지 못한 조 잭슨을 교체해야 한다는 의견도 한때 있었으나 추일승 감독은 “챔피언에 오르려면 포워드를 제대로 이끌어줄 최고의 가드가 필요하다”는 신념을 밀어붙였고, 마침내 잭슨은 감독의 믿음에 보답하며 KBL 최고선수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올시즌 TV중계 해설을 한 전문가들이 전원 KCC의 우승을 점친 챔피언 결정전에서 오리온의 장대농구는 무서운 힘을 발휘했다. 토종센터 요원 이승현과 장재석이 4강전에서 무서운 위력을 발휘했던 ‘공룡센터’ 하승진을 묶고, 김동욱 등이 번갈아가며 KCC의 해결사 안드레 에밋을 효과적으로 막아내자 오리온의 우위는 확연해졌다.

1차전을 아쉽게 진 오리온은 2차전 이후 장신 포워드들이 적극적으로 뛰어들며 리바운드를 잡아 ‘높이의 팀’ KCC에 오히려 제공권에서 앞섰고, 공포의 3점포와 속공을 무차별로 퍼부으며 3연승을 거둬 KCC를 일찌감치 궁지에 몰았다. 아쉽게 패배한 원정 5차전에서도 21점 차로 끌려가다 역전에 성공하는 등 자신감을 키운 오리온은 홈에서 열린 6차전에서 만큼은 조금의 양보도 없이 전반에 일찌감치 승리를 확정지었다. 리바운드 18-12 우세, 허일영의 1쿼터 3방 등 3점슛 7개, 속공수 3-0으로 앞서면서 오리온은 전반을 65-40으로 마쳐 일찌감치 축포를 쏠 준비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