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9단 대 알파고 간의 대결이 끝난 지 1개월 만에 ‘인간과 기계’의 반상승부를 다룬 책들의 출간이 봇물을 이룰 조짐이다.

최근 ‘처음사’에서 <78>을 출간한 데 이어 홍민표 9단이 <알파고 vs 이세돌>을 예약판매 중이며, 모 언론사와 한국기원 등도 관련 서적 출판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말부터 5월까지 ‘인간과 인공지능의 반상 두뇌싸움’을 다룬 책들이 줄줄이 세상 밖으로 나오는 것.

이런 가운데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78>의 추천사를 쓴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문 전 대표는 참여정부에서 청와대에 들어간 후에는 바둑을 두지 못했지만 그 전에는 법조 내 바둑대회에서 우승을 한 적도 있을 만큼 수담을 즐겼을 뿐 아니라 기력도 꽤 강하다는 것이 주변인들의 전언이다.

특히 <78>의 추천사에서 문 전 대표가 정치를 바둑에 비유한 대목이 눈길을 끈다. 그는 “승리를 탐하면 이길 수 없으며(不得貪勝), 상대를 공격하기 전에 먼저 나를 돌아보아야(攻彼顧我) 한다. 작은 희생을 감수하며 훗날을 기약해야(棄子爭先)하고 작은 것을 버리고 큰 곳으로 나아가야(捨小就大)하는 것이 정치”라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이어 “‘바둑의 낭만을 지키겠다’ ‘이세돌이 진 것이지 인간이 진 게 아니다’ 등 이세돌 9단이 한 말들은 그 어떤 정치가의 연설보다 사람들의 마음속을 파고들었다. 마치 후절수의 묘기 같았다”면서 자신도 정치의 낭만을 지키고 싶다고 얘기했다.

“대한민국의 부조리와 불공정, 반칙과 특권들로부터 ‘Resign(물러나다)’을 받고 환하게 웃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문 전 대표는 “요즘도 신문을 들면 꼭 기보를 볼 정도로 바둑을 좋아한다. 언젠가 양산 시골집, 계곡을 마주한 툇마루에서 여유롭게 바둑을 즐길 수 있을 때를 꿈꾼다”고 애기가다운 소망을 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