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둘희의 부상은 자작극이다. 증거도 있다.”

이둘희(27·브로스짐)의 갑작스러운 부상 소식으로 슈퍼파이트가 무산된 권아솔(30·압구정짐)이 이둘희의 부상이 거짓이라며 CCTV 사진 등 자료를 공개했다.

권아솔은 대회를 나흘 앞두고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이둘희가 경기에 나서기 싫어 자작극을 벌이고 있다며 한 식당에서 촬영된 CCTV의 갈무리 사진을 공개했다. 이둘희는 부상 뒤 자신을 위로하려던 팀 식구들과 함께 식사를 했을 뿐이라며 권아솔의 ‘자작극’ 주장을 적극 부인했다.

로드FC는 10일 오후 서울 강남구 로드FC압구정짐에서 ‘샤오미 로드FC031’ 기자회견을 열고 권아솔과 이둘희의 경기의 취소를 공식 발표했다.

라이트급과 미들급, 두 체급을 뛰어넘는 매치로 권아솔로 하여금 ‘한국의 맥그리거’라는 별명까지 얻게 한 이둘희와의 슈퍼파이트가 끝내 무산된 것. 로드FC 측에 따르면 이둘희는 지난달 29일 오후 훈련 도중 오른쪽 무릎을 다쳤으며 정밀검사 결과 오른쪽 전방십자인대 파열 등의 진단을 받았다. 이둘희는 이후 대회사의 요청에 따라 3차 진료기관의 진단서를 발급받아 제출했고 로드FC는 이를 수용했다.

다리를 절뚝거리면서 회견장에 들어선 이둘희는 이날 “시합을 기대해 주신 분들과 대회 관계자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 많은 분들에게 너무 많은 피해를 끼친 것 같다. 상대선수 권아솔 선수에게도 사죄의 말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권아솔의 생각은 달랐다.

이둘희의 발언이 끝나자 권아솔은 그를 향해 박수를 여러번, 크게 쳤다. 그러고는 이둘희의 부상이 경기를 피하기 위한 ‘꼼수’라고 주장했다.

권아솔은 “이둘희의 부상은 자작극이라고 생각한다”며 “격투기 선수들은 누구나 다 인대 파열 같은 부상을 어느 정도 안고 싸운다. 나도 지금 당장 4주 짜리 진단서를 끊어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 얘기까지는 안 하려 했다”며 미리 준비해 온 사진 여러 장을 현장에 있던 기자들을 향해 펼쳤다. 이둘희가 부상을 당했다는 지난달 30일 한 식당에서 동료들과 함께 걷고 있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다.

권아솔은 “잘 보시면 이둘희의 오른발이 정확히 땅을 내딛고 있다”며 “십자인대가 파열된 사람은 절대 이렇게 걸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둘희는 “지금 당장이라도 대회사 측이 어느 병원을 지정하면 가서 내 부상이 거짓이 아님을 입증하겠다”고 흥분한 듯한 목소리로 답하며 “부상에서 회복하는 대로 권아솔과 붙겠다”고 했지만 권아솔은 “이런 선수와는 더 이상 싸울 필요가 없다”며 거절했다.

이둘희가 로드FC에 제출한 진단서에 쓰여 있는 그의 병명은 우측 슬관절 염좌와 골좌상, 만성 전방십자인대 파열 그리고 내측 반월상 연골판 후각 파열 및 낭종. 진단서상 발병일은 이둘희가 주장했던 4월29일이다.

하지만 정형외과 전문의들의 의견은 조금 달랐다. <스포츠경향>이 3군데 정형외과 전문의에게 진단서를 전달하고 소견을 물어본 결과 2명의 전문의는 “직접 정밀 진찰을 해보는 것이 필요할 듯하다”면서도 “염좌와 골좌상은 급성이 맞지만 십자인대와 연골 손상은 기존의 질환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인대와 연골 손상은 급성이 아닌 관계로 최대 3주 진단이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다른 1명의 전문의는 “3주 정도의 경과관찰이 필요하지만 격한 운동에는 확실히 무리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이 열린 로드FC 압구정짐은 지하 1층에 있다. 이둘희는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뒤 다른 이의 부축 없이 걸어서 계단을 올라갔다.

한편 넘버링 대회의 메인 이벤트가 취소되면서 대체 경기가 치러지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로드FC 주최 측 관계자는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 많은 선수들에게 오퍼를 넣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선수가 나오지 않고 있다”며 “아무래도 많은 선수들이 (여러가지로 이슈가 되고 있는) 권아솔을 피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해 매치메이킹에 어려움이 있음을 인정했다.

오는 14일로 예정된 이번 대회에 이둘희를 대신할 대체 선수가 출전하기 위해서는 전날인 13일 치러지는 공식 계체량 행사에 참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