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스프링캠프가 한창인 2월은, 어느 팀에게나 시즌의 봄날이다. 희망을 키우는 시간이다. 그러나 LG의 2019시즌은 출발선부터 먹구름이 가득하다. 명가 부활을 위해 재도약을 선언했지만 연이은 구설에 휘청이고 있다.

LG 우타 거포 기대주 윤대영(25)이 24일 음주운전으로 적발됐다. 윤대영은 이날 오전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앞 도로에서 자신의 차 운전석에 앉은 채 잠들어있다가 순찰 중이던 경찰에게 발견됐다. 윤대영은 경찰이 잠을 깨우는 과정에서 브레이크를 밟고 있던 발을 떼 경찰차 후미와 접촉 사고까지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음주 측정 결과, 윤대영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인 0.106%로 측정됐다.

LG는 잇따른 선수단 사건으로 침울한 분위기다. 불과 얼마 전 선수들이 원정 카지노 출입으로 리그 징계를 받은 바 있다. 호주 시드니 스프링캠프가 한창이던 지난 11일 차우찬 등 선수 4명이 현지 쇼핑몰 카지노에 들린 장면이 포착되면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카지노를 찾은 것 자체가 불법은 아니지만 스프링캠프에 훈련하러 간 선수들이 카지노에 출입한 것을 두고 팬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KBO리그가 몇 년 전 해외 원정 도박으로 논란이 됐던 상황에서 선수들의 정신 자세를 지적하는 여론이 거셌다. 결국 해당 선수 중 셋은 KBO로부터 엄중 경고를 받았고, 선수 관리 책임을 물어 구단도 벌금 500만원의 징계를 받았다.

카지노 논란의 여파가 완전히 잠들기도 전에 이번에는 음주운전 파문이 터졌다.

2013년 NC의 4라운드 지명으로 프로에 입단한 윤대영은 2015년 2차 드래프트를 통해 LG 유니폼을 입었다. 경찰야구단에서 군 복무했던 2017시즌엔 93경기에서 타율 3할6푼, 24홈런 98타점을 때리며 퓨처스리그 북부리그 홈런·타점왕에 올라 기대감을 키웠다. 186㎝·97㎏의 당당한 하드웨어에서 뿜어내는 파워를 인정받은 선수다. 올해 LG 코칭스태프에 합류한 이종범 코치의 외조카로도 알려진 윤대영은 외야수에서 내야수로 변신한 뒤 지난 시즌 1군 데뷔전(11경기 11타수5안타)을 치르는 등 차세대 내야 거포로 주목받았다.

윤대영은 지난 23일 저녁 호주에서 1차 스프링캠프를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사고를 쳤다. 징계와는 별개로 윤대영은 일본 오키나와로 떠나는 2차 스프링캠프 명단에서 이미 빠졌다. LG는 곧바로 윤대영에게 임의탈퇴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음주운전으로는 이전보다 확실히 강력한 징계다. 윤대영이 ‘음주운전은 곧 살인 행위’라는 사회적 인식이 확산되고,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 강화가 이슈로 떠오른 상황에서 적발된 프로야구 선수로서는 첫 사례기 때문이다.

LG는 “변명의 여지없이 책임을 깊게 통감하고 있다”며 “음주운전은 사회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범죄 행위로 일벌백계를 통해 선수들에게도 경각심을 심겠다. 향후 재발방지를 위한 최선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윤대영은 KBO의 제재 관련 기준안에 따라 음주 접촉 사고로 출전 정지 90경기·제재금 500만원·사회봉사 180시간의 징계를 받을 전망이다.

LG는 윤대영의 음주 운전 사실이 알려지기 불과 몇 분 전, 8년 만에 원정 블랙 유니폼을 부활시킨다는 보도자료와 함께 유니폼을 공개했다. LG의 검정색 원정 유니폼은 1990년 MBC청룡을 인수하면서 LG로 창단한 뒤 2011년까지 입었던 전통의 유니폼이다. LG는 이 유니폼을 입고 창단 첫해와 1994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했다. LG는 “팀 창단 이후 한국시리즈 우승했던 영광의 순간에 입었던 ‘블랙 유니폼’을 신바람 야구 계승, 강인한 이미지 강조를 위해 도입했다”고 새 출발의 의미를 설명했다. 또 개인보다 팀을 우선하는 ‘팀 퍼스트’ 정신으로 유니폼에는 등번호만 넣는다고 했다.

달라진 LG, 하나된 LG를 강조했지만 스프링캠프 사이 각종 논란으로 이슈 중심에 서면서 그 의미가 퇴색하고 있다. 야구 외적인 일로 시끄러워던 과거의 이미지와 거리를 두지 못했다. 3년 만에 ‘가을야구’를 목표로한 LG는 25일 2차 캠프지인 오키나와로 떠난다. 2019시즌을 준비하는 LG의 발걸음이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