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장자연의 생전 추행 상황을 본 목격자가 일명 ‘장자연 문건’ 속 이름을 봤다고 주장했다.

윤지오 씨는 5일 tbs FM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최초로 실명과 얼굴을 공개하며 ‘장자연 문건’에 대해 언급했다. 윤 씨는 당시 장자연과 같은 소속사에 속해 있던 동료 배우로, 장자연의 술자리 추행 장면을 직접 목격해 증인으로 나선 바 있다.

이날 윤 씨는 방송 출연을 결심한 이유에 대해 “국내에서 계속 거주했다면 이런 결정을 하지 않았을 거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사건 이후 혼자 지내기 힘들어 캐나다로 돌아가 가족과 함께 살고 있다. 캐나다에서는 사건 사고의 피해자와 가해자 얼굴은 다 공개 된다”며 “당연히 피해자가 숨어 사는 게 아니라 존중받는 것을 보면서 한국도 그래야 하지 않나 생각했다. 오히려 가해자들이 너무 떳떳하게 사는 걸 보면서 억울하다는 심정이 많이 들었다”고 밝혔다.

고 장자연 사건은 지난 2009년 3월 당시 신인배우였던 장자연이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 남긴 유서로부터 시작됐다. 해당 유서에는 유력 언론사와 방송사 관계자, 정·재계 인사 31명에게 술과 성을 접대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후 ‘장자연 문건’을 토대로 4개월여 동안 검찰의 수사가 진행됐지만, 장자연에게 상습적으로 폭행을 일삼았던 소속사 전 대표가 폭행 및 협박 혐의로 불구속기소 됐을 뿐 성상납 의혹을 받은 유력인사는 모두 증거 부족 등의 이유로 혐의없음이 처분됐다.

윤 씨는 현재는 소각된 것으로 알려진 ‘장자연 문건’을 직접 봤다고 전했다. “소각 되기 전 그 문건을 봤다. 문건을 공개한 대표가 유가족과 원활한 관계가 아니라 제가 전달자 역할을 하기도 했고, 그 대표가 ‘자연이가 네게 남긴 글이 있다’고 해서 유가족보다 먼저 보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건에 있는 이름도 봤다. 딱 한 번 본 것이라 기억은 잘 안 나지만 당시 13번의 조사를 통해서도 이야기했었다”며 “이번에 재수사 하면서 드러난 그 언론사의 같은 성씨를 가진 사람들의 이름을 봤다”고 폭로했다.

앞서 조선일보 출신 전직 기자 ㄱ씨는 2008년 장자연의 소속사 전 대표의 생일파티에 참석했고 이 자리에서 장자연을 강제추행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파티에 동석해 추행 장면을 직접 목격한 윤 씨는 무려 13차례 경찰 조사에 협조하며 증언했다. 그러나 2009년 수사 당시 재판에서 ㄱ씨는 윤 씨의 증언이 거짓이라며 무죄를 주장했고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현재 ㄱ씨는 지난해 시작된 재수사를 통해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ㄱ씨의 주장에 대해 윤씨는 “언니가 세상을 떠나고 나서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다. 상상해서 말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제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거짓말을 했겠나”라고 반박했다. 더불어 당시 수사 상황에 대해 “21살인 제가 느끼기에도 부실하게 이뤄졌다. 수박 겉핥기식의 질문들이었다”며 “또 제가 진술할 때 바로 옆에 가해자가 있었고 그가 비웃기도 했다. 좁은 공간에서 같이 있으면서 여자 수사관도 없고 심리적으로 불안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어졌다”고 부실 수사를 지적했다.

더불어 윤 씨는 장자연의 사망 이유도 다시 살펴볼 이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장자연 문건’이 본래 유서 목적이 아닌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것. “그 문건을 공개했던 소속사 관계자가 이런 문서를 작성하고 있는데 함께 하지 않겠냐고 물었다”며 장자연 혼자 문건을 작성한 것이 아님을 암시했다. 이어 “(장자연이)문건을 작성한 것은 세상에 알리기 위해서 보다는 소속사를 떠나기 위한 게 아니었나 생각한다. 사망 당시에도 유서가 발견되지 않았고, 문건을 다른 분이 갖고 있다가 공개한 것으로 안다”며 “장례식 때 언니가 회사를 나가면 가고 싶어 했던 기획사 대표님을 뵙게 됐는데 그때 문건에 대해 들었다. 리스트 속 사람들이 굉장히 유명한 사람들이니 네가 갖고 있다 공개하는 것으로 하면 안되겠냐는 제안까지 받았다”고 ‘장자연 문건’에 대해 이미 알고 있던 인물이 여럿이었음을 알렸다.

이에 김어준이 “처음 듣는 얘기다. 유서인 줄 알았다”고 하자 “누가 유서에 그렇게 이름만 줄줄이 나열하고 지장까지 찍겠나”라며 “이 이야기는 처음 하는 거다. 그동안 문건 작성 이유에 대한 질문을 아무도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윤 씨는 “문건에 올랐던 이들이 무혐의처분을 받을 것을 보고 무섭다고 생각했다. 10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을 숨어서 지냈는데, 국민청원이 없었더라면 재수사 가능했을까 생각이 들어 저 역시 많이 힘이 됐고 감사하다”고 전했다.

당시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는 의혹이 계속된 가운데 지난해 ‘미투(#MeToo) 운동’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 되면서 장자연 사건이 9년 만에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청와대 홈페이지의 국민청원 게시판에 재수사를 요청하는 청원이 계속 됐고, 수사가 미진했다는 검찰 과거사위원회의 판단에 따라 재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그 가운데 윤 씨가 직접 나서 고 장자연 사건과 관련해 감춰졌던 이야기들을 폭로하면서 큰 파장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해 재수사에도 탄력이 붙을지 시선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