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진의 발등에 불이 떨어진 모양새다.

KBS2 교양 프로그램 ‘거리의 만찬’ 제작진은 6일 입장을 내고 “많은 분들의 우려가 있었고 김용민 또한 자진 하차 의사를 밝힘에 따라 제작진도 그 의사를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제작진은 이번 사안과 관련해 시청자 여러분들이 보내주신 모든 의견들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앞으로의 프로그램 제작에 있어서도 더욱 신중한 자세로 임할 것을 말씀드린다”고 했다.

이와 함께 제작진은 현재 프로그램 제작 상황이 원점으로 돌아간 것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내용은 향후 진행 상황에 따라 다시 알려드리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앞서 김용민 강행 의지의 입장 번복이다. 김용민의 MC 합류 논란이 일자 제작진은 “김용민이 여러 구설이 있었지만 방송 경력도많고 라디오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며 “시사평론가, 방송 진행자로서 어느 정도 검증이 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김용민의 여성 혐오 발언과 양희은의 하차 과정이 알려지면서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다.

김용민은 과거 방송인 김구라와 함께 2004년 10월부터 2005년 1월까지 진행한 한 인터넷 방송에서 살인마 유영철을 미국에 풀어 미국인들을 무차별적으로 죽이자는 발언과 함께 당시 여성 장관이었던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강간해서 죽여야 한다고 말했다. 해당 발언은 2012년 19대 총선에서 김용민이 노원 갑의 민주통합당 후보로 출마한 뒤 뒤늦게 알려졌다.

‘거리의 만찬’은 사회적 약자는 물론 젠더 이슈에도 초점을 맞춘 방송으로 양성평등 미디어상을 받은 프로그램이다. 과거 여성 비하 발언을 쏟아냈던 김용민이 MC로 합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시청자들의 성토가 쏟아졌다. KBS 시청자 권익센터 청원 게시판에는 MC 교체를 반대하는 청원 글이 올라와 1만1000명이 넘는 청원인의 동의를 받기도 했다.

양희은의 하차 소회도 논란에 기름을 끼얹었다. 양희은은 6일 인스타그램에 “‘거리의 만찬’ 우리 셋은 MC 자리에서 ‘잘렸다’”면서 “그 후 좀 시끄럽다. 청원이 장난이 아니다”고 적었다. 양희은이 자신을 ‘잘렸다’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 그의 하차 과정이 매끄럽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김용민도 이를 언급하며 하차 의사를 전했다. 김용민은 이날 페이스북에 “존경하는 양희은 선배님께서 ‘거리의 만찬’에서 하차하신 과정을 알게 됐고 그렇다면 제가 이어받을 수 없는 법”이라며 “‘거리의 만찬’의 가치와 명성에 누가 될 수 없기에 제작진에게 사의를 표했다”고 적었다.

비판의 화살은 제작진에게로 향했다. 김용민 MC 발탁 강행 의지를 천명한지 하루 만에 김용민 본인의 의지로 하차함에 따라 난감한 상황에 빠졌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스스로 훼손한 것도 비판의 이유 중 하나였다.

‘거리의 만찬’ 시즌2는 김용민이 출연하는 첫 회 녹화를 이미 완료했다. 오는 16일로 예정된 방송 일정도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제작진은 당장 새 MC를 구하고 방송 일정을 복구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 성난 대중의 비판 잠재우기라는 커다란 숙제도 떠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