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리에 종영한 MBC '선덕여왕'에서 비담 역을 맡아 스타덤에 오른 김남길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힘들었던 촬영 일정을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조금은 피곤한 기색이 엿보이기도 했지만 김남길은 여유롭고 당당한 모습이었다. 드라마가 끝난 후 그동안 미뤄뒀던 스케줄과 광고 촬영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김남길과 거침없는 대화를 나눴다. 

▲드라마를 끝낸 소감은?=사실 촬영을 하면서 표현하기 힘들어 도망치고 싶었던 때도 많았어. 하지만 막상 끝나고 나니 오랜 연인과 헤어진 기분이랄까. 보통 이별을 한 후에 잊기 위해 다른 일에 집중하잖아. 그런 것처럼 잠시라도 가만히 있지를 못하고 계속해서 일을 만들어 바쁘게 지내고 있어. 

▲'선덕여왕'과 비담이라는 캐릭터에 애정이 컸나봐?=애정도 컸고 좋았어. 하지만 감정 부분이 힘들어서 미안한 마음이 들어. 비담이라는 이름이 예쁘기도 했지만 역사 속에서 잊혀졌던 패배자를 재조명하는 일이라 출연을 결심했지. 지금도 비담을 생각하면 가엽고 답답하고, 조금 더 깊이 있게 표현했어야 했는데 아쉬워. 

▲2009년 키워드인 '짐승남'이라고 불리던데?=(웃음) 비담을 맡으면서 '야생의 늑대'를 떠올렸어. 내가 의도한 것을 시청자들이 알아주나 싶었는데 알고 보니 신조어더라. 2PM도 언급되고. 내가 얌전한 것보다는 거친 게 잘 어울리나봐. 아무래도 깔끔한 이미지는 답답하긴 해. 

▲섹시한 남자배우로 꼽히기도 한다=처음 들어보는 말이야. 역시 캐릭터의 힘 때문이겠지. 하지만 10대보다는 아줌마들이 섹시한 배우로 생각한다니 기분은 좋은데. 그만큼 중후한 느낌을 받았다는 것 같아 오히려 감사하고 기뻐. 

▲실제 모습은 초식남에 가깝다는 말도 있더라?=초식남? 그게 무슨 뜻이야? (한참 설명을 들은 후) 평소에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해. 연애를 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지금 당장은 아닌 것 같고, 그러고 보니 초식남과 가깝나? 특별히 초식남이라기보다 사실은 게을러서 그런 것 같아. 

▲'선덕여왕'의 최대수혜자라는 평가도 있는데=그동안 여러 작품에 출연했지만 다른 배우들처럼 많이 봐왔던 느낌과 달리 신선함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 어쩌면 거부감이 생길 수도 있는데 다행히도 새롭게 보였던 것 같고, 그로 인해 과거 작품도 회자되는 파급효과가 생긴 것 같아. 처음에는 자신감은 있었지만 사실 너무 버거웠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률도 좋았고, 시청자들의 호응도 컸으니 정말 행운인거지. 

▲작품 속에서 늘 외사랑만 한다=사랑을 하지 못하는 부분이 내게 더 어울려서 그럴까? 작은 소망이 있다면 사랑을 하고 사랑을 이루고 싶은 역할을 해보고 싶어. 하지만 이상하게도 강한 캐릭터에 자꾸 욕심이 생겨. 

▲CF 출연 제의가 쇄도하는 등 스타가 됐다는 것을 느껴?=다행히 반응이 좋았던 드라마를 했을 뿐이야. 과거 인기를 얻다가도 쉽게 잊혀졌던 경험이 있어 별 동요하지 않아. 스타라기보다는 내가 하는 연기에 대해 관심과 믿음을 가져준다면 책임감을 갖게 되지 않을까. 2009년은 늘 해왔던 그대로 했을 뿐인데 사랑이 따라와 그저 감사할 따름이야. 지금껏 그랬던 것처럼 2010년에도 때론 대중의 취향에 맞게, 때론 내가 하고 싶은 연기를, 건강한 정신과 몸으로 건강한 연기를 해야지. 

▲내년이면 30대인데=나이를 먹는다는 것을 두렵지만 배우로서는 조금 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되기도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