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호의 생존 경쟁이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기 위한 선수들간 선의의 내부 경쟁이 지나치게 과열돼 오히려 팀의 조직력을 망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축구대표팀은 13일 0시(한국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루스텐버그 로열바포켕 스포츠 팰리스에서 열린 남아공 1부리그 플래티넘 스타즈와의 평가전에서 졸전 끝에 0-0으로 비겼다. 

#치열한 경쟁이 오히려 독

현재 대표팀의 사정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허 감독은 이번 전지훈련에 앞서 치열한 내부 경쟁을 통해 옥석을 가리겠다는 뜻을 누누이 강조했다. 

그러나 남아공 전지훈련에서 부작용이 속속 감지되고 있다. 

해외파가 빠져 반쪽짜리 전지훈련인 가운데 해외파의 자리를 제외한 나머지 자리를 놓고 국내파들이 경쟁에만 몰입해 한국 대표팀에게 가장 큰 무기가 돼야 할 조직력을 다지지 못하고 분열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날 플래티넘 스타즈와의 경기에서 대표팀은 곳곳에서 개인플레이에만 신경쓰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패스해야 할 타이밍에 드리블하거나, 자신을 드러내는 듯한 무리한 플레이를 남발해 플레이의 맥을 끊기 일쑤였다. 

선수들부터 이 점을 인정했다. 

고참급인 김두현(28)은 경기후 "하나가 되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노병준 역시 "조직력은 선수들이 희생할 때 나오는데 지금은 너무 경쟁체제가 심하다"고 아쉬워했다. 

코칭스태프 역시 '전지훈련 역효과'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정해성 코치는 "선수들끼리 심하게 경쟁하면 팀은 망가진다"며 "희생해야 팀 성적이 좋아지고 그 결과는 선수들 개인 몫으로 돌아간다"고 희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선수들간의 경쟁을 유도했던 코칭스태프로서는 과열 양상으로 변질돼 결국 자기 꾀에 자기 발목이 잡힌 셈이 됐다.

#실패한 실험, 적응력 아직은…

허 감독은 남아공 1부리그 중위권에 머물러 있는 플래티넘 스타즈와의 경기에서 전반전은 젊은 선수들을 위주로 3-5-2 전술을 들고 나왔다. 

그러나 상대의 밀집 수비에 막혀 제대로 공격하지 못했고 선수들은 우왕좌왕하는 모습이었다. 후반 선수들을 대거 교체하며 4-4-2 전형으로 되돌아갔지만 그 역시도 한국축구의 고질병인 마무리 능력 부재를 드러내며 0-0으로 고개를 숙였다.

대표팀은 지난해 11월18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세르비아와의 경기에서 0-1
로 진 이후 3경기에서 1무2패로 부진에 빠졌다. 

특히 이날도 대표팀은 '자블라니 공포증'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패스와 롱킥, 마무리 슈팅에서 강약 조절에 실패했다. 

무엇보다도 해외파가 대거 빠진 상황이지만 국내파 선수들이 경험 부족과 능력 한계를 드러내 전력의 평준화를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