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구니에서 가수가 된 웅산!'
웅산(37)은 국내 대표 재즈보컬리스트다. 올해로 15년째 재즈를 고집해온 그는 국내 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한국을 대표하는 재즈인으로 각광받고 있는 중이다.

재즈 가수에 앞서 가진 이력은 매우 독특하다.
"비구니로 3년간 살았던 적이 있고, 현재 쓰고 있는 이름 '웅산'(雄山)도 사실은 법명입니다."

웅산이 출가를 감행해 산으로 들어간 것은 고교 2학년때였다. 

"막연히 출가를 하든 음악을 하든 둘 중에 하나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느 가을날 스산한 바람이 불때 갑자기 산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부모나 친구, 선생님에게도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은 채 충북 단양의 구인사로 들어갔습니다. 물론 집안이 발칵 뒤집혔고요."

구인사에서 계를 받아 정식 비구니가 된 그는 "어린 마음에 남을 위해 기도하는 삶도 참 의미있는 일이라 생각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큰 산을 의미하는 법명 '웅산'은 '많은 이들이 쉬었다 가시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그는 3년만에 다시 홀연히 속세로 돌아왔다. 줄곧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속세에서 이루지 못한 미련이 있음을 깨닫게 되면서 불가의 일은 잠시 접어두기로 했다.

이후 무작정 재즈클럽을 다니며 재즈 1세대들의 연주를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무대에 섰고, 오늘날의 재즈가수로 거듭날 수 있었다.

한일 양국을 수시로 오가고 있는 웅산은 지난해 일본에서 발매된 후 역수입된 음반 '클로즈 유어 아이즈'로 국내 음악팬들을 찾고 있다. 2003년 국내 데뷔 첫 앨범 역시 일본에서 먼저 발매된 후 거꾸로 국내로 소개된 특별한 과정을 거쳤다.

"재즈 가수 역시 제게는 수행입니다. 법명 '웅산'을 그대로 쓰는 것도 많은 이들이 쉬었다 가길 바라는 제 바람과 관련이 있지요."

최근 앨범은 스윙, 비밥, 퓨전, 프리, 팝재즈 등 다양한 재즈 장르가 수시로 교차한다. '비발디송'의 경우 라틴 리듬이, 자작곡 '올 아이원트'는 블루스적인 느낌이 가미됐다. '라운드 미드 나이트'는 재즈발라드곡 이다.

그는 "재즈가 어렵지 않다는 점을 보이고자 하는 취지로 여러 장르를 두루 담았다"며 "공연을 할 때도 그저 노래를 들려드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리듬을 설명하고 음악을 바탕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주고 받으려 노력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웅산은 오는 11월 께에는 최근 협업한 프랑스 유명 재즈스쿨 CIM 교수들과 함께 유럽 투어에 들어가는 새로운 시도에 나설 계획이기도 하다. 

"아직은 재즈로 할 일이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모를 일이죠. 언제 또 아침에 눈떠 다시 절에 갈지, 혹여 네팔의 어느 산마을이나, 인도 갠지스 강 마을로 불현듯 떠나 불자의 삶을 살지 저 역시도 알지 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