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계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그닥 환영받는 존재가 아니다. 알렉스 퍼거슨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은 “SNS는 인생의 낭비”라고 말할 정도다.

지난해 프로야구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들도 대부분 SNS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SNS에 올린 발언이 문제가 되거나 경기 중 SNS 사용 흔적이 알려져 팬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또한 선수 지인의 SNS를 통한 폭로로 야구계에 충격을 안기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SNS를 사용한다. SNS는 가장 손쉽게 자신을 알릴 수 있는 홍보 수단이다. 유명인과의 연결 고리가 되기도 한다. SNS는 정치인들의 필수 아이템이기도 하다.

야구 구단 측에서도 SNS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공식 SNS 계정을 만들어 팬들과 소통을 한다. 경기의 라인업, 부상 선수의 상태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구단에서 실시하는 이벤트 소식도 SNS를 통해 전달된다. 팬들은 TV 중계를 통해 볼 수 없는 선수들의 또 다른 모습들을 SNS를 통해 접한다.

드물게 SNS를 잘 활용하는 선수도 있다. LG 포수 유강남(24)은 SNS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

유강남은 최근 뜨거운 타격감을 자랑하고 있다. 13일 현재 30경기에서 78타수 26안타 4홈런 20타점 타율 3할3푼3리를 기록 중이다. 지난 8~9일 삼성전에서는 2경기 연속 결승타를 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10일 한화전에서는 9회 동점 적시타를 쳤고, 12일 경기에서는 시즌 4호 홈런을 때리기도 했다.

이같은 활약은 우연이 아니었다. 유강남은 올시즌 초 한 차례 시련을 겪었다. 유강남은 자유계약선수(FA) 계약으로 LG 유니폼을 입은 정상호를 제치고 개막전 안방마님의 자리를 꿰찼다. 하지만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부진을 겪으며 4월 한 달을 채우지 못하고 2군으로 내려가게 됐다.

유강남은 “스스로를 옭아매는 스타일”이라고 말한다. 야구를 마친 뒤 집으로 귀가하는 길에도 그날의 경기를 곱씹어보며 잘 된 점과 잘 못된 점을 생각하곤 한다. 그의 일과를 듣는 사람이 상상만해도 피곤해질 정도다.

그런 유강남에게 2군행 통보는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 그는 LG의 2군 구장이 있는 이천에서 다시 도약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상무에서 군 복무를 하던 시절 팔꿈치 수술로 경기에 많이 못 나가서 간절했던 기억을 떠올리기도 했다. 하루종일 야구에 대한 생각에 몰두했다.

그러다 숙소에서 우연히 SNS를 통해 야구 선수들의 영상을 접했다. 유강남이 본 것은 미국 선수들의 영상이었다. 그는 “SNS에서 미국 타자들의 여러 동작을 정리해둔 게 보인다. 그런 것들을 보면서 감탄하고 비교하면서 ‘이런게 잘 되서 되는구나’라고 느꼈다”라고 했다.

그는 다른 의미로 SNS에 ‘중독’됐다. 숙소에서 SNS를 켜자마자 타자들의 영상을 봤다. 아마추어든 메이저리그 선수든 영상을 보면 다 배울 점이 있었다. 유강남은 “정말 많이 배울 수 있었다”라고 했다. 덕분에 1군에 올라와서 불붙은 방망이를 자랑할 수 있었다. 유강남에게 SNS는 ‘인생의 낭비’가 아닌 ‘야구 인생에 도움’이 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SNS가 ‘양날의 칼’이라고들 한다. 장점과 단점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스포츠 선수들에게는 단점이 더 부각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유강남은 SNS의 장점을 활용했다. 유강남은 퍼거슨에게 모처럼 ‘1패’를 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