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에서 외야수로, 그리고 다시 투수로.

다시 한 번 새로운 출발선에 선 하준호(30·KT)가 시범경기에서 9년 만에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하준호는 14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시범경기 KIA전에서 투수로 경기에 나섰다. 하준호가 공식 경기에서 마운드에 오른 것은 롯데에서 뛰던 2010년 8월4일 두산전에 선발 등판한 것이 마지막이었다.

경남고를 졸업하고 좌완으로 2008년 롯데에 2차 1순위 지명됐던 하준호는 3년 동안 투수 유망주로 기대받았으나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 채 2011년 군에 입대했다.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간 롯데에서 외야수 전향을 권유받고 변신에 도전했다. 고교 시절 타격에도 재능을 보인 데다 투수 출신으로 송구능력을 살리기 위한 선택이었다.

2014년부터 1군에서 타자로서 경력을 시작한 하준호는 2015년 KT로 이적한 이후에는 주전 외야수 경쟁 후보군의 중심에 늘 자리했다. 그러나 자신의 자리를 만들지는 못했다. 지난해까지 1군에서 통산 타율 2할3푼3리 14홈런 72타점을 기록한 하준호는 지난 시즌을 마치고 KT 선수단이 새롭게 개편되던 중에 또 한 번 투수 전향을 권유받았다. 어쩌면 야구인생의 마지막 승부처가 될 재변신에 하준호는 대만의 2군 스프링캠프에서 열심히 훈련했다. 이미 캠프에서 시속 140㎞대 중후반까지 까지 찍으며 기본적인 구위는 살아있음을 입증했다. 타자로 뛰는 사이 감을 잃은 제구를 잡는 것이 관건으로 평가받았다.

하준호는 이날 KIA전에서 5-5로 맞선 6회말 KT 세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첫 타자 황윤호를 2구 만에 내야 땅볼로 처리한 하준호는 최원준에게 볼넷을 줬으나 김주형과 문선재를 각각 내야 파울플라이와 외야 플라이로 잡아 공 16개로 1이닝을 마쳤다. 올시즌 1군 불펜에서 좌완 원포인트로 통할 수 있으리라는 가능성을 보였다.

9년 만에 등판한 하준호는 “시범경기이기는 하지만 긴장돼서 숨이 찼다. 왼손 타자 (최원준)에게 볼넷을 내준 것이 너무 아쉬워 만족하지 못하겠지만 조금씩 좋아지고 있고 어릴 때보다는 나은 것 같다”고 웃으며 “오로지 제구에만 신경쓰고 있다. 제구만 완전히 잡히면 언제든 자신있다”고 각오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