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으로 뒤진 연장 11회 무사 만루. 이종욱(34·NC)에게 기회가 왔다.

삼성 차우찬이 던진 초구와 2구째 볼은 스트라이크 존을 비껴갔다. 이종욱은 3구째 볼을 힘껏 쳤다. 좌측 폴대 옆을 스쳐지나가는 파울 홈런이었다. 이종욱은 내심 ‘파울 홈런 뒤에 나오는 타구는 썩 좋지 않을텐데’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4구째 145㎞짜리 직구에 힘껏 배트를 휘둘렀다. ‘딱’하는 소리와 함께 타구가 뻗어가며 우측 담장을 훌쩍 넘겼다.

이종욱의 생애 첫 끝내기 만루 홈런이었다.

NC는 이 홈런으로 9일 마산 삼성전에서 6-3으로 승리하며 삼성전 7연패에서 벗어났다. 지난 7일 마산 KIA전에서 7연패에서 벗어난 뒤 이어진 연승이다.

이날 경기 전까지 NC는 삼성에 2승 9패로 열세였다. 지난 2일 대구구장에서는 대등한 경기를 펼치다 세차게 내린 비로 강우콜드 무승부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다음날 경기도 비로 취소됐다.

경기 전 삼성과의 맞대결을 앞두고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종욱도 긴장감을 느꼈다. 그는 “알고보니 작년에도 NC가 삼성에 안 좋았다고 한다. 심적으로 부담을 많이 느낀 것은 사실이었다”고 했다.

이른바 ‘빗속 혈투’를 치른 뒤 다시 마주하게 된 삼성은 만만치 않았다.

5회까지 양 팀은 2점씩을 뽑아냈고 이후에는 팽팽하게 맞섰다. 삼성은 선발 투수 장원삼(7이닝)-안지만(1이닝)-차우찬(2이닝)을 출격해 NC 타선을 공략했다. NC도 노성호(5이닝)을 포함해 임창민-원종현-이민호-손정욱-손민한-이혜천-김진성 등 총 8명의 투수를 마운드에 보냈다.

여전히 2-2로 맞선 연장 11회초 삼성은 2사 만루에서 조동찬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균형을 깼다. 하지만 11회말 NC도 루상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고 이종욱이 홈런이 터지며 경기가 끝났다.

이종욱은 “마지막 공격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1점 따라간다는 생각으로 동점만 만들자고 생각했다. 다행히 홈런이 나왔다”고 했다.

3구째 파울홈런 직후에 홈런이 나온 것에 대해 이종욱은 “파울 홈런 뒤에는 좋은 타구가 안 나오는데 맞힌다는 생각으로 했다”고 설명했다.

2연승을 이어갔지만 NC는 이전까지 7경기 연속 승리를 맛보지 못하기도 했다. 올시즌 자유계약선수(FA)로 NC 유니폼을 입은 이종욱은 팀의 고참으로서 후배들이 연패 탈출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도록 조언을 하기도 했다.

이종욱은 “생각보다 4위를 확정하기가 어렵고 다른 팀들이 따라오니까 부담도 되고 긴장도 많이 됐다”며 “후배들에게 ‘그냥 하자, 하면 끝난다’고 말했다”고 미소 지었다.

NC 김경문 감독은 “삼성에 약했는데 어려운 경기를 잘해줬다”며 선수단에 칭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