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구장은 국내 프로야구리그에서 가장 큰 구장이다. 펜스와의 거리가 가장 멀고, 외야 공간이 가장 넓다. 안타를 때릴 수 있는 공간이 많아 보이지만 외야로 뜬 공은 그만큼 아웃될 가능성도 높다. 타자에게 불리하고, 투수에게 유리하다.

두산과 NC가 벌이는 플레이오프는 1·2차전과 5차전(필요시)이 잠실구장에서 열린다. 넓은 공간을 커버할 수 있는 외야 수비 능력이 더욱 중요해진다.

잠실구장의 외야는 넓다. 2017시즌 전체 타율은 2할8푼6리지만 잠실구장에서 열린 경기 타율은 2할6푼9리로 뚝 떨어진다. 홈런 숫자는 더욱 줄어든다. 리그 평균 홈런 당 타석 숫자는 36.77타석이지만, 잠실에서는 54.71타석 마다 1개씩의 홈런이 나왔다. 비율로 따지면 48.8%나 타석이 더 필요하다.

장타율은 0.438에서 0.386으로 줄어든다. 넥센 김민성(0.436)과 같은 타자가 잠실에서는 삼성 박해민(0.393)과 비슷한 스타일의 타자가 되는 셈이다.

넓은 외야 공간을 외야수가 커버하기 때문에 뜬공의 아웃 확률이 높아진다. 시즌 평균 땅볼아웃/뜬공아웃 비율은 1.02로 땅볼아웃이 더 많지만 잠실에서는 상황이 역전된다. 뜬공이 아웃처리되는 경우가 많아 0.93으로 뜬공아웃이 더 많다. 외야로 날아간 공의 타율은 시즌 전체로 봤을 때 0.598이지만 잠실에서는 0.571로 줄어든다. 외야수비 능력이 외야로 향하는 공을 더 많이 아웃시킬 수 있다. 잠실에서 열리는 가을야구는 ‘외야수비’가 열쇠다.

두산과 NC의 외야 대결은 ‘환-우-헌’과 ‘동-욱(준)-범’의 대결이다.

두산은 좌익수 김재환, 중견수 박건우, 우익수 민병헌의 주전 라인업이 고정돼 있다. 김재환의 수비 능력은 최상급이라 보기 어렵지만 박건우, 민병헌은 스피드와 송구 능력을 고루 갖췄다. 무엇보다 잠실 수비가 익숙하다는 점이 강점이다. 외야 펜스를 활용하는 능력과 좌우 파울 공간의 거리 감각 등이 익숙하다. 잠실구장의 고질적 문제인 야간경기 초반 해질녘 조명탑의 방해에도 비교적 대처하기가 용이하다.

NC는 좌익수 권희동, 중견수 이종욱 또는 김성욱, 우익수 나성범으로 외야 라인업이 짜인다. 상황에 따라 김준완이 중견수 자리에 들어갈 수 있다. 외야 전체가 평균 이상의 수비력을 보인다. 권희동은 임기 응변이 뛰어나다.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갑자기 바운드가 변하는 어려운 타구들을 잘 처리했다. 베테랑 이종욱의 수비는 여전하다. 잠실구장이 익숙하다는 장점도 있다. 김성욱과 나성범은 리그 최고 수준의 송구 능력을 자랑한다. 두산의 발빠른 야수들을 고려할 때 추가 진루를 막는 송구 능력은 실점 방지와 직결되는 중요한 장점이다.

외야에서의 멋진 포구, 레이저같은 호송구 하나는 경기 흐름을 바꿀 수 있다. 반대로 잠실구장 외야에서의 실수는 치명적이다. 과감하면서도 조심스러운 ‘외야수비전’이 플레이오프를 뜨겁게 달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