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 우리은행 김정은(31)에게 지난 1일 인천 신한은행과 홈경기는 다시 떠올리기 싫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당시 경기 종료 12초를 남겨놓고 김정은은 신한은행 카일라 쏜튼의 공을 가로채려고 시도했다. 그 과정에서 쏜튼이 팔꿈치를 휘둘렀고, 결국 쏜튼은 U-파울을 받았다. 경기는 연장 접전 끝에 우리은행이 이겼는데, 이 장면을 놓고 WKBL이 우리은행에 특혜를 준 것이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졌다.

김정은은 7일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여자프로농구 청주 국민은행과 경기에서 14점·6리바운드를 기록하며 팀이 71-64로 이기는데 큰 공헌을 했다. 이날 패했으면 우리은행은 국민은행에 선두를 내줄 판이었다.

김정은 경기가 끝난 후 신한은행전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예상했다는 듯 웃었다. 그러더니 작심하고 말을 이어갔다. 김정은은 “하도 욕을 많이 먹어서 욕 먹는 것은 두렵지 않다”며 “솔직히 말해 난 그 상황이 무슨 상황인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김정은이 상처를 받은 것은 이후 쏟아진 팬들의 비난 때문이었다. 김정은은 “이번 시즌 새 팀에 와서 경기를 하고 있는데, 우리은행이 그 동안 덕보고 우승한 팀이 절대 아닌데 그 U-파울 때문에 덕 보고 우승했다고 말이 나와 속상했다”며 “그게 상처가 됐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당시 논란에 큰 상처를 받은 김정은에게 우리은행 선수들이 많은 위로를 했다. 김정은은 “팀원들이 마음 쓸 부분이 아니니 다음 경기를 무슨 일이 있어도 이기자고 했다”며 “그런데 다음 경기였던 용인 삼성생명과 경기를 패해서 너무 마음이 무거웠다. 그래서 오늘 경기는 죽기 살기로 뛰었다. 그래야 논란이 가라앉지 않을까 싶었다. 팀이 욕먹는 것이 너무 속상하다”고 말했다.

혹독한 비시즌을 보냈기에 더 억울했다. 김정은은 “많이 울었다. 내가 내발로 여기 들어온 것이 맞는 것인지하는 생각도 들었다”며 “부상에 대한 트라우마가 강하고 또 다칠까봐 겁이 많았는데 그것을 깨려고 감독님도 더 강하게 하셨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은 1일 신한은행전을 승리하고 지난 5일 삼성생명과 홈경기를 했으나 72-76 역전패를 당했다. 김정은은 “무조건 이겨야 덕 본다는 얘기가 안 나올텐데, 10번 이기다 1번 진 건데도 그게 너무 뇌리에 남았다”고 털어놨다.

사실 김정은은 지금 어깨 부상으로 몸상태가 100%가 아니다. 원래 이날도 경기 중간 몇 번이고 쉬게 해주려는 위성우 감독을 김정은이 말렸다. 김정은은 “어깨가 100%는 아니다. 순간적으로 부딪히면 조금씩 통증이 있다”며 “그래도 트레이너들이 잘 관리해주고 감독님도 많이 배려해주기 때문에 (경기를 뛰는데는) 괜찮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