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인을 대표해 국회에 들어와서 제가 해야 할 일 하나는 마무리한 기분입니다. 앞으로도 갈 길이 멀지만, 어차피 가야 하고, 갈 수 있는 길입니다.”

한국바둑이 한 단계 더 발전할 기반을 마련하고 체계적인 지원과 육성을 뒷받침할 ‘바둑진흥법’ 제정안이 23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교문위) 전체 회의를 통과했다. 지난 21일 교문위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한 지 이틀 만이다. 법안심사소위에 상정된 지 1년 만의 진전이기도 하다.

교문위 소속 조훈현 의원(자유한국당)은 23일 “21일에 열린 법안심사소위에서 ‘바둑진흥법(제정안)’이 의결된 데 이어 전체 회의도 통과했다”며 “이제 법사위원회의 의결과 본회의 상정 및 의결의 절차를 밟게 된다”고 전했다.

전통과 역사를 가진 스포츠 종목 중 한국바둑은 세계화에 성공한 보기 드문 사례로 꼽힌다. 태권도와 함께 세계에서 한국이 최정상을 오래도록 지킨 종목으로 꼽히기도 한다. 그러나 근래 들어 온라인게임 등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상대적으로 바둑 인구가 급속히 줄고 바둑대회도 급감하는 등 저변이 위축되며 위기를 맞고 있다. 이로 인해 한국이나 세계에서 바둑이 갖는 독특한 가치를 볼 때 진흥에 힘써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앞서 바둑진흥법은 2016년 8월 4일 발의된 이후 교문위 공청회(2017년 2월28일)를 거쳐 법안심사소위 논의를 진행했다. 그러나 같은 내용을 다수 담고 있는 ‘바둑문화산업진흥법(제정안)’(2017년 11월6일 발의)과의 심사 조정 문제로 처리되지 못하는 상황을 맞았다. 이에 발의한 의원실과 문화체육관광부가 두 법안의 내용을 다시 심의·조율한 후 위원회 대안으로 병합해 21일 열린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데 이어 23일에는 전체 회의도 무사히 넘겼다.

이에 따라 바둑진흥법은 향후 법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본회의 상정 및 의결 순으로 제정 절차를 진행하게 된다. 법사위원회는 바둑진흥법이 다른 법과 충돌하는지 등을 살펴보게 되는데, 바둑진흥법의 특성상 다른 법률과 상충하거나 충돌할 여지는 없다는 게 조훈현 의원실의 전언이다. 또 국회에는 여·야 의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수담을 나누는 기우회가 활발히 활동할 정도로 바둑 애호가가 많아 4월에 열리는 본회의도 무난히 넘어설 전망이다.

바둑진흥법이 본회의까지 통과하면 문광부는 바둑을 진흥할 방안을 마련하려 노력해야 한다. 지자체 등의 지원을 받는 데도 한결 수월해진다. 바둑 부흥의 토대가 마련되는 것이다.

조훈현 의원의 제1호 발의 법안인 ‘바둑진흥법’ 제정안은 △바둑 진흥을 위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바둑진흥기본계획 수립·시행 △바둑지도자와 바둑단체 지원 △바둑의 날 제정 △바둑단체와 연구활동의 지원 및 바둑전용경기장의 조성 △바둑과 관련된 기술개발 및 기술수준의 향상을 위한 사업 지원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아울러 기보의 상업적 활용과 관련한 입법이나 정책 동향 연구에 관해서도 모색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조훈현 의원은 “바둑진흥법 제정안 통과는 한국바둑의 교육적 가치와 질적 제고를 향상시키고 세계적으로 한국바둑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10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위기의 한국바둑’이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는 발전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