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풍백화점 생존자라고 밝힌 누리꾼이 18일 “세월호가 지겹다는 당신에게, 삼풍 생존자가 말할게요”라는 게시물을 남겼다.

온라인 커뮤니티 ‘딴지일보’ 사용자 ‘신만언니’는 이날 오후 자유게시판에 위와 같은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글쓴이는 “며칠 전 우연히 페이스북에서 ‘지속되는 국가적 재난 중 어째서 세월호에는 유난하냐’는 글을 봤다”고 적었다. 이어 “이 글을 보고 화가 나서 잠을 이루지 못했다. 한참을 울었다”며 “사람들 참 잔인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글쓴이는 “삼풍사고와 세월호는 어떻게 다른지, 어째서 세월호는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지 내가 직접 말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적었다.

글쓴이에 따르면, 먼저 삼풍백화점 사고는 사고 직후 진상규명이 신속하고 확실하게 이뤄졌다. 대책본부가 빠르게 구성됐고, 사고의 원인을 조사하고, 피해보상을 약속했다. 당시 조순 서울시장은 글쓴이가 입원해 있던 병원에 찾아와 위로했다. 사고 책임자들은 계속해서 수감됐다. 언론은 삼풍사고 붕괴 원인을 분석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보도했다. 사고 관련 보상금도 정부의 약속대로 입금됐다.

글쓴이는 “(이러한 각계의 대처 덕분에)나는 내가 겪은 일에 대해 완벽하게 납득할 수 없었지만, 어느 정도 이해는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세월호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그때와 사뭇 달랐다”고 지적했다. 글쓴이는 “세월호 관련해서는 진상조사는 고사하고 정부와 언론이 조직적으로 사건을 은폐, 조작, 축소 시키고 있다는 느낌까지 줬다”며 “제대로 된 관련자 처벌은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한참 뒤 어디서 뼈다귀 같은 것을 찾아 와 ‘이게 유병언의 유골이다. 그러니 이제 그만 하자’는 투로 나왔다”고 지적했다.

글쓴이는 또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눈물이 흐르는 모양새를 클로즈업 해가며, 방송을 통해 ‘나 불쌍하지 않아? 나한테 무얼 더 원해, 이제 그만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삼풍백화점 사고 자리에는 영구적으로 재건축을 불허하고, 희생자 추모공원을 세우자던 언론들이 세월호 때는 어서 잊고 생업으로 돌아가자고 여론몰이를 했으며, 어버이연합을 비롯한 일부 보수단체에서는 광화문에 나 앉은 세월호 유족들에게 ‘아이들의 죽음을 빌미로 자식장사를 한다’고 말했다고 지적했다.

글쓴이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겪어보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사건 사고가 개인의 서사를 어떻게 틀어놓는지”라고 말했다. 이어 “사고 이후로 나는 여태 불안장애로 신경정신과를 다니고 있다. 세 번이나 극단적 선택을 기도했다”며 “정부로부터 제대로 된 사과를 받았지만, 여전히 그 일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말했다.

글쓴이는 “그래서 세월호는 기억 되어야 한다”며 “진실은커녕 제대로 된 사과조차 받지 못했으니 절대로 절대로 잊으면 안 된다. 영원히 잊지 말자”고 적었다.

이어 일부 누리꾼을 향해서는 “어째서 세월호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면 안 되는 건지, 우리 아이들이 어떻게 왜 죽었는지 알고 싶은게 뭐가 잘못된 건지, 아무도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았는데 무엇 때문에 이 일을 그만둬야 하는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이어 “단지 당신들이 불편하다는 이유만으로 한 날 허망하게 아이를 잃은 부모가 슬픔과 분노를 표현하는 게 뭐가 잘못된 건지 따져 묻고 싶다”고 적었다.

글쓴이는 “그러니까 제발 타인의 고통에 공감할 수 없거든 차라리 침묵하자”며 “그것이 인간이 인간으로써 인간에게 보여줄 수 있는 최소한의 도리이자 예의”라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