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는 올해 정규시즌 2위로 6년 만에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SK가 대권과 멀어져 있던 지난 6시즌 동안 김광현(30)은 크고 작은 부상과 싸워야 했다. 김광현의 마지막 한국시리즈 등판은 2012년이 마지막이었다. 마지막 포스트시즌 등판도 3년 전 와일드카드 결정전이다.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가을야구 무대를 준비하는 김광현은 “긴장이 되면서 설렌다”며 활짝 웃었다. 김광현은 2017시즌을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과 재활로 한시즌을 보낸 뒤 올해 마운드로 복귀했다. 정규시즌에서는 25경기에 등판해 11승8패 평균자책점 2.98로 성공적인 재기를 알렸다. 김광현은 “아픈 데없이 한 시즌을 잘 치러 가을야구까지 온 느낌은 편하다. 지금 몸상태가 너무 좋다”고 했다.

1년 전 이 때쯤에는 일본 가고시마 마무리 훈련에 참가해 재활중이었다. 일본으로 떠나면서 한국시리즈 우승과 MVP 수상의 영광을 안은 동갑내기 양현종(KIA)의 성공에 부러운 시선을 보내면서 “2018시즌에는 우리 SK가 이 때까지 야구를 하고 있었으면 좋겠다”며 독기를 품었다.

그 다짐대로 다시 ‘가을야구’ 주인공이 될 기회를 잡았다. 목표는 분명하다. “선발로서 등판마다 팀이 이기도록 하겠다. 어느 팀이 올라와도 준비는 돼 있다”는 각오를 밝혔다. 스토리가 풍성했던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재대결은 벌써부터 주목되고 있지만 시리즈를 빨리 끝내야 한국시리즈에서 승산이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 김광현은 “포스트시즌은 매 경기가 결승전이다. (트레이 힐만)감독님은 무리시키지 않으신다는 생각이지만 나는 언제든지 마운드에 오를 준비를 하겠다”며 “두산을 생각하기 보다 일단 한국시리즈에 올라가는게 목표다. 만약 한국시리즈 1차전에 선다면 젖먹던 힘까지 다해 던지겠다”고 큰 꿈을 품었다.

김광현은 가을에 좋은 추억이 많다. 데뷔 시즌 한 해 먼저 프로에 먼저 발을 내디뎌 신인왕에 투수 3관왕까지 수상한 류현진(LA다저스)과 비교됐던 김광현은 데뷔 시즌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20경기 3승7패 평균자책점 3.62)으로 마쳤다. 그러나 한국시리즈에서 1승2패로 밀린 4차전에 선발 등판해 눈부신 호투로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당시 상대는 정규시즌 22승5패 평균자책점 2.07를 기록한 다니엘 리오스였다. 김광현은 두둑한 배짱투로 기세가 오른 두산 타선을 7.1이닝 무실점으로 막아 리오스와의 선발 대결에서 밀리지 않았다.

SK 왕조의 역사, SK 에이스로서 역사가 이 경기로 시작됐다. SK는 김광현의 호투를 발판으로 내리 3연승, 창단 첫 우승 역사를 썼다. 이후 SK는 6년간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며 3번의 우승을 차지했다. 큰 무대에서 자신감을 더한 김광현은 부쩍 성장하며 리그 정상급 투수로 발돋음했다.

김광현은 포스트시즌에서 12차례 선발로 등판한 기록을 갖고 있다. 현역 중에서는 배영수(한화·14회), 더스틴 니퍼트(KT·13회)에 이어 공동 3위의 기록이다. 김광현이 가장 젊어 김광현에 의해 새 기록이 작성될 가능성이 높다. 은퇴 선수 포함 가장 많은 가을야구 선발 경험자는 정민태(18회)다. 김광현은 포스트시즌에서 불펜 포함 총 14경기 4승3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3.36이라는 빼어난 성적도 남겼다.

김광현은 모처럼 맞은 가을야구를 향한 큰 기대감을 드러냈다. 올해 피칭에 대한 접근법이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부상 영향으로 시즌 초반부터 투구수 제한을 갖고 마운드에 오르면서 효율적인 피칭에 눈을 뜨게 됐다. 김광현은 “예전에는 공을 세게, 강하게 던지려고만 했는데 한계 투구수를 갖고 등판하면서 투구수도 줄었고, 공격적으로 던질 수 있게 됐다. 세부적인 성적은 예년보다 좋아졌다. 기복도 많이 줄었다”며 “내년이 더 기대된다. 그에 앞서 가을야구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마음가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