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에 입대 대란이 불 조짐이다. 경찰청의 신규 선수 선발 중단에 이어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도 선수단 규모를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K리그를 뛰면서 군복무를 할 수 있는 문이 크게 좁아지면서 병역 미필 선수들은 물론 각 구단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상무는 최근 내년도 선수모집 1차 서류 합격자 명단 31명을 발표했다. 올해는 어느 때보다 많은 선수들이 지원했고 이들 가운데 첫 관문을 넘은 선수가 30여 명에 달했다. 어느 해보다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경찰청의 갑작스런 선수 선발 중단으로 많은 선수들이 상무로 몰렸다. 내년 시즌 K리그1에 잔류한 상주 상무에서 뛰면서 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잡기 위해 병역 미필인 프로 각구단의 선수들이 대거 지원했다. 그동안은 입대 상한 연령에 이른 선수들이 많이 지원했다면 올해는 한창 어린 20대 초반의 선수들까지 문을 두드렸다. 상무 부대가 선수 선발 축소 움직임을 보여 정원이 줄어들기 전에 미리 입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번 모집부터 상무의 최종 선발자수가 대폭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무 부대는 31명의 1차 합격자 중에 잠정적으로 7명을 뽑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연말에 13명을 뽑고 올 4월에 17명을 뽑은 것과 비교하면 크게 줄어든 수치다.

상무 부대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12일 “국방부에서 상무의 축구팀 인원수를 25명으로 맞추려 하는 것으로 안다”면서 “이 때문에 앞으로는 선수 선발 숫자가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당장 이번 모집부터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지원한 선수들의 경력과 이름값이 만만치 않다. 입대 마지노선인 1991년생인 이기제(수원)를 비롯 1992년생에는 김현훈(경남), 한석종, 김대중(이상 인천), 송승민(포항) 등 올 시즌 1부리그에서 각팀의 핵심으로 뛴 선수들이 이름을 올렸다. 가장 많은 1993년생 중에는 강상우(포항), 문창진(강원FC), 류승우, 이찬동, 진성욱(이상 제주), 김종우(수원) 등 올림픽 및 연령대 대표팀 경력이 있는 우수한 선수들이 포함됐다. 1995년생으로 아직 여유가 있는 이정빈(인천)과 1997년생으로 전남의 미래 한찬희도 지원하는 등 쟁쟁한 선수들이 몰렸다.

입대 대란은 선수들 당사자는 물론 K리그와 한국 축구 전체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월드컵마다 군경 선수 국가대표들은 꾸준히 K리그를 소화하면서 경기력을 유지해 대표팀 경쟁력에 힘을 보탰다. 각 구단도 군에 보낸 선수들이 경기력을 유지해 제대 후 곧바로 주요자원으로 쓸 수 있었다. 한국 축구의 유능한 젊은 자원들이 축구를 하면서 병역을 해결할 수 있는 문호가 줄어들면 선수 수급 등 리그의 안정성이 떨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리그 운영 주체인 프로축구연맹은 경찰청 사태부터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선수와 구단만 발을 구르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