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한화-롯데가 열릴 예정이던 대전구장에서 두 명의 ‘리포터’가 만났다.

한화 공식 유튜브 채널 ‘이글스 TV’에서 활약하는 문가혜(28)씨와 롯데 ‘자이언츠 TV’의 리포터인 임주경(23)씨. 이들은 각각 채널을 통해 경기장의 현장감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일을 하고 있다. 문 씨는 ‘혜리포터’, 임 씨는 ‘킬링포터’라는 별명도 생겼다. 각자 서로의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마주한 것은 처음이다.

올해 2년차를 맞이한 임 씨는 아버지 영향으로 야구단 리포터 일에 지원했다. 임 씨는 “아버지가 부산고 포수 출신이라서 조언을 구하고 지원했다”고 말했다. 문 씨는 “원래 야구를 좋아해서 스포츠 채널에서 영상 디자인 일을 하다가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며 “원래 스포츠 아나운서를 목표로 준비하다가 한화 구단에 응시한 것도 있어 이 일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막상 시작한 리포터 일은 마냥 즐거운 것은 아니었다. 선수들보다 일찍 야구장에 나와야하고, 경기 이후에는 영상 뒤에나 퇴근을 할 수 있어 고된 면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임 씨는 “이런 삶이 반복되니까 내가 야구 선수인지, 리포터인지 헷갈릴 때도 있다”면서도 “처음에는 낯을 가렸던 선수들이 이제 편하게 대해주는 것 같아서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원래 한화팬이었던 문 씨는 “홈 경기 할 때에는 정리해야할 게 많으니까 오히려 경기를 못 본다. 원정에서 더 마음 편히 볼 때도 있다”고 했다.

이런 고충들이 있지만 직업 만족도는 높다.

임 씨는 “쉽게 볼 수 없는 선수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소통의 창구 역할을 하는게 좋다. 다른 데서 볼 수 없는 것들을 해주는 게 유튜브의 장점”이라고 했다. 문 씨도 “야구가 팬이 없으면 움직일 수 없지 않나. 또한 선수들도 하고 싶은 말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서로의 존재가 동기부여도 된다. 문 씨는 임 씨에 대해 “리포터를 시작할 때 자이언츠TV 영상을 보며 도움이 많이 됐다. 타고난 밝음과 에너지가 정말 부럽다”고 했다. 이 말을 들은 임 씨는 “정말 진행을 잘 하셔서 칭찬 일색이지 않나. 그런 모습을 보면 나는 무엇을 해야하는지 더 생각하게된다. 선의의 경쟁 같은 느낌이 든다”고 했다.

공통된 목표는 팬들의 기억에 남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문 씨는 “나중에도 스포츠 관련 일을 하게 되면 팬들이 ‘한화 이글스 리포터 출신이야’라고 자랑스러워하는 아나운서가 되는게 장기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임 씨는 “롯데 자이언츠를 떠올렸을 때 단 한 명이라도 나를 가장 먼저 떠올려주는 분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말했다.

각 구단의 열성팬이기도 한 두 명의 리포터는 자신있게 한화와 롯데의 올시즌 선전을 예고했다. 임 씨는 “‘설레발’친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올해는 지난해와 다르다. 내가 굿을 해서라도 가을야구에 가게 하고 싶다”고 했다. 문 씨는 “나는 이미 유니폼 뒤에 ‘V2’를 박아뒀다. 지난해보다 가을야구를 더 길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