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조쉬 린드블럼(32)은 자신의 말처럼 ‘꿈같은 시즌’을 보내고 있다. 25일 대전 한화전에서 8이닝 9삼진 2실점 역투로 한국에서 맞는 다섯번째 시즌에 20승 투수로 이름을 남겼다. 탈삼진(161개)과 평균자책(2.04) 부문에서도 선두를 지키고 있어 ‘투수 트리플크라운’도 눈앞에 두고 있다. 2007년 다니엘 리오스, 2016년 더스틴 니퍼트(이상 두산)이 기록한 외인 투수 최다승(22승) 기록에도 도전한다.

리그 최고 투수의 상징과도 같은 ‘20승’ 고지에 오른 린드블럼은 앞으로 5차례 정도 더 등판할 것으로 보인다. 두산은 26일까지 시즌 119경기를 치러 정규시즌 25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이미 최소 경기 20승(25경기) 타이기록을 세웠지만, 린드블럼은 지금까지 이룬 것보다 더 꿈같은 기록에 도전할 수 있다.

린드블럼이 현재 리그 1위인 승률(0.952·20승1패)을 얼마나 유지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프로야구 한 시즌 최고 승률은 1992년 오봉옥(13승무패), 2002년 김현욱(10승무패·이상 삼성)이 기록한 1.000이다. 무패여야 달성 가능한 기록이기에 1패가 있는 린드블럼이 도달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 다음가는 기록엔 도전해볼 수 있다.

전체 3위 기록은 1997년 김현욱(쌍방울)과 2005년 오승환(삼성)의 0.909다. 오승환이 10승1패, 김현욱이 20승2패를 각각 기록했다. 김현욱의 기록은 역대 20승 이상 투수들 중 최고승률이기도 하다. 역대 시즌 최다승 투수인 1983년 장명부(삼미)는 30승을 거둔 동안 16패를 당한 탓(승률 0.652)에 20승 투수들 중 승률이 가장 낮다.

만약 린드블럼이 남은 경기에서 한 번 패한다고 해도, 1승만 따내면 21승2패·승률 0.913이 돼 ‘역대 승률 3위’ 및 ‘역대 20승 투수 중 최고 승률’ 기록을 동시 달성한다. 승수가 늘어나면 더 높은 승률을 기록하게 된다. 다만 2패를 추가해 시즌 3패가 되면 27승을 거둬야 승률 0.900이 되므로 승률 신기록 달성은 사실상 어려워진다.

린드블럼이 도전하는 대기록은 하나 더 있다. 163이닝 동안 37자책점을 허용해 평균자책이 2.04인 린드블럼은 1점대 평균자책에 도전한다. 2010년 류현진(한화)의 1.82 이후 9년만의 기록이다. 린드블럼은 현재 평균자책이 워낙 낮기에 8이닝 2실점 투구해도 평균자책이 오르긴 하지만, 올 시즌 1자책 이하 경기가 25경기 중 14경기에 이르는만큼 가능성이 아주 낮은 목표는 아니다. 당장 린드블럼은 다음 선발등판 때 3.2이닝 이상을 무실점으로 막으면 다시 평균자책 1점대에 진입한다.

만약 1점대 평균자책으로 시즌을 끝내면, 린드블럼은 역대 최초로 ‘1점대 이하 평균자책·선발 20승’을 동시에 달성하는 투수가 된다. 시즌 20승과 1점대 이하 평균자책을 동시 달성한 투수는 역대 6명이 있었으나, 이들 중 선발승이 20승이 넘는 선수는 없었다.

1986년 선동열이 평균자책 0.99로 선발 17승(총 24승)을 거둔게 최다였다. 1985년 김시진(삼성)이 선발 21승(총 25승)으로 평균자책 2.00, 1995년 이상훈(LG)이 선발 20승으로 평균자책 2.01을 기록해 아깝게 평균자책 1점대 진입에 실패했다.

린드블럼은 20승을 거둔 직후에도 “개인기록은 신경쓰지 않는다. 팀이 많이 이겨 한국시리즈 우승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키움과 치열한 2위 싸움을 벌이고 있는 두산이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에이스 린드블럼의 분전이 여느 때보다 필요하다. 그렇게 늘 그랬듯 팀 승리에 집중하다보면 린드블럼은 갖가지 꿈같은 진기록을 염두에 두지 않고서도 기록에 더 가까이 다가가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