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가상현실)로 보고 AR(증강현실)로 응원한다!’

지난 31일, ‘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 서머 결승전이 열린 고려대 화정체육관을 찾은 ㄱ씨(23. 경기 일산). 시야가 좋은 좌석을 구하지 못해 걱정이 앞섰지만, 막상 경기가 시작되자 VIP석에 앉은 것처럼 몰입할 수 있었다.

SK텔레콤이 준비한 ‘VR 생중계’의 효과였다. SK텔레콤은 선수, 게임화면이 가장 잘 보이는 구역에 360도 특수 카메라와 VR에 최적화된 음향시설·중계 장치를 설치, 아나운서 멘트, 관람객들의 함성과 응원 소리까지 전달했다. 전국 어디서나 경기장의 가장 좋은 자리에 앉은 듯 생생하게 경기를 관람할 수 있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e스포츠가 5세대 이동통신(5G)의 킬러 콘텐츠로 급부상하고 있다.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 서비스를 시작한 국내 이통사들이 ‘빠른 속도와 초저지연’이란 5G의 강점을 이용자들에게 체감시킬 콘텐츠로 스포츠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빠른 전달과 효과면에서 e스포츠가 대세로 낙점받는 모양새다.

이는 e스포츠를 즐기는 인구의 급격한 성장에다, 포노 사피엔스(스마트폰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신인류)라 불리는 ‘Z세대’가 소비의 중심으로 부상하는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글로벌 e스포츠 시장 규모는 2018년 약 1조 원에서 2022년에는 3조3200억 원 수준으로 연평균 35%의 성장이 예상된다. 시청자 역시 2018년 1억 6700만명에서 2022년에는 2억 7600만명으로, 미국 최대 프로 스포츠인 NFL(2억7000만명)을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관중이 줄어드는 추세인 기존 스포츠와는 확연히 구분되는 포인트다.

Z세대의 특성상 시청 플랫폼도 모바일로 옮겨가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8 e스포츠 실태조사’에 따르면 50.6%의 응답자가 모바일 기기로 e스포츠를 시청한다고 답했다. TV는 절반 수준인 26.2%에 그쳤다.

이에 따라 국내 이통3사도 e스포츠와의 협업을 위해 다양한 행보에 나서고 있는 상황. 이날 LCK 결승전이 대표적이다.

SK텔레콤은 이날, △초고화질 멀티뷰 생중계 △360도 ‘점프 VR’ 생중계 △AR 응원 등을 제공해 표를 구하지 못한 팬들의 아쉬움을 달랬다. 특히 최대 12개 화면을 동시 생중계하는 ‘옥수수 5GX관’ 멀티뷰로 특정 선수 플레이 화면을 보거나 증강현실 앱 점프 AR을 통해 선수들에게 응원 메시지도 남길 수도 있도록 했다.

결승전 현장에도 특별 부스를 마련, 응원 체험존, 코스프레 포토존, 배준식(전 SKT T1 프로게이머) 선수 팬사인회 등을 진행해 잠재적 통신 고객인 e스포츠 팬심 잡기에 나섰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전통 스포츠의 경우 현장에 가보면 ‘뭘 굳이 그런것까지…’라는 반응이 나오지만, 젊은 층이 주를 이루는 e스포츠에서는 5G 서비스에대한 체감이 다름을 실감한다”고 설명했다.

LCK 결승전에서 VR 생중계를 성공적으로 마친 SK텔레콤은 10월 개막하는 롤드컵(LoL 월드 챔피언십) 등에서도 5G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전진수 SKT 5GX서비스사업단장은 “5G 실감형 서비스로 기존에는 상상만으로 가능했던 차세대 e스포츠 중계 서비스가 현실이 됐다. 가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혁신적인 5G 실감형 서비스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