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시장의 KIA가 침묵 중이다. 잔류 협상을 해야 할 선수가 둘이나 있지만 아직 뚜렷하게 ‘협상’을 개시하지는 않고 있다.

KIA는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내부 FA 잔류를 가장 큰 업무로 설정했다. ‘키스톤콤비’ 안치홍(29)과 김선빈(30)이 한꺼번에 FA 자격을 얻었기 때문이다.

안치홍과 김선빈은 신인 시절이던 2009년부터 주전 2루수와 유격수로 뛰며 지난 10년간 KIA 내야를 책임져왔다. 이번 시즌 성적은 팀과 함께 동반 하락했지만 실질적으로 동급 내야수의 수비와 타격을 모두 감안할 때 팀내에서 당장 둘을 대체할 자원은 없다.

KIA는 내부 FA가 없었던 지난 겨울에는 아예 일찌감치 FA 시장 철수를 선언하며 이번 겨울 둘을 잔류시키기 위한 포석으로 설명하기도 했다. 이번 시즌을 마친 뒤에도 조계현 단장을 통해 “안치홍과 김선빈은 둘 다 우리 구단이 잡아야 할 선수”라고 여러 차례 강조하며 두 FA를 모두 잔류시키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지난 4일 FA협상기간이 시작된 이후 KIA는 김선빈·안치홍과 각 2~3차례씩 만났다. 만남의 횟수보다는 내용이 중요하다. 협상 조건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는 아직 전혀 오가지 않고 있다.

내부 FA 협상의 기본 첫 단계인 ‘함께 가자’는 이야기도 최근에야 나왔다. 지난 19일 김선빈측, 20일 안치홍측 에이전트와 만난 KIA 구단은 “좋은 분위기로 이야기 나눴다. 이 자리에서 서로 의견이 맞는다면 잔류가 우선이라는 취지에 대해 공감했다”고 밝혔다.

대부분 구단은 내부 FA가 있는 경우 FA 협상기간이 시작되기 전 앞으로의 계획과 잔류 의사를 타진하는 절차를 갖는다. 요식행위가 될 수도 있지만 에이전트 제도가 도입되면서 협상과정에서 선수와 구단 간 직접 대화가 사라진 최근에는 오히려 더 중요해진 과정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번 시즌을 마친 뒤 KIA는 안치홍·김선빈과 이같은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

해가 갈수록 FA 시장 온도는 낮아지고 속도는 느려지고 있지만, 주요 내부 FA를 둘이나 두고 있는 구단 치고 KIA의 움직임이 매우 더딘 것은 사실이다. 그동안 보여온 KIA 특유의 여유일 수도, 협상에서 ‘을’이 되지 않기 위해 타 구단의 동향을 보고 기준을 잡으려는 전략일 수도 있다.

KIA는 그동안에도 내부 FA 협상 전개가 느린 편이었지만 주요 내부 FA가 타 구단으로 이적한 사례도 최근 몇 년 사이 없었다. 팀에 대한 애정으로 이례적인 단년계약을 하면서까지 잔류한 양현종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이적 가능성이 높지 않은 FA들이 대부분이기도 했다. 그러나 안치홍과 김선빈의 경우는 다르다. 지난 20일 열린 2차 드래프트 변수도 있어 타 구단들이 눈치를 보던 중이기는 했으나 일부 구단에서 둘에 대한 관심을 조금씩 드러내고 있다. 타 구단 한 관계자는 “그래도 이번 FA에서 가장 주목받는 선수 둘인데 (KIA가) 아직도 협상을 하지 않고 있다니 의외”라고 했다.

키움은 FA 포수로 관심 받던 이지영을 1호 계약했고 서로의 계약 의사가 이미 확실했던 베테랑 유한준과 KT는 두번째 만남에 계약을 마쳤다. 그러나 가장 바쁘게 움직여야 할 듯 보이는 KIA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서두르지 않을 분위기다. KIA 구단 측은 “다른 구단에 비해 우리 역시 그렇게 느리게 움직이고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