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7개 홀에서 버디 5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시즌이 중단된 이후 첫 출전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유소연(30·메디힐)의 샷은 불을 뿜었다. 아이언은 그린을 정확하게 공략했고, 쉽지 않은 중장거리 퍼트가 쏙쏙 홀로 빨려들어갔다. 18일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클럽(파72·6333m)에서 열린 기아자동차 제34회 한국여자오픈(총상금 10억원·우승상금 2억5000만원) 1라운드에서 유소연은 초반 홀들을 칼로 대나무 쪼개듯 정복해 나갔다. 유소연의 플레이는 거의 완벽했다. 보기 없는 무결점 플레이로 6언더파 66타를 친 유소연은 역시 보기 없이 7언더파 65타를 기록한 고진영(25·솔레어)에 이어 이민영2(28·한화큐셀)와 함께 공동 2위로 1라운드를 마쳤다.

미국과 일본, 중국, 캐나다 4개국 내셔널 타이틀을 갖고 있는 유소연은 한국여자오픈 우승을 향한 교두보를 마련했다. 무섭게 타오른 유소연의 집념은 같은 조에서 플레이한 선수들, 특히 안소현(25·삼일제약)에겐 엄청난 부담이 됐을 것이다. 5홀 만에 둘의 차이는 5타 차로 벌어졌다. 안소현이 유소연, 장하나(28·비씨카드)와 같은 조에 묶인 건 아주 이례적이었다. 유소연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메이저대회인 US 여자오픈을 제패했고, 한때 세계랭킹 1위까지 올랐던 선수다. 장하나(28·비씨카드)도 KLPGA 통산 12승에 빛나는 베테랑이다. 반면 안소현은 우승이 없다. 지난해까지는 드림투어에서 2년을 뛰었다. 올 시즌도 E1 채리티 오픈 43위가 최고 성적이고 평균 타수는 74.1818타로 121위다. 통상 티오프 황금시간대는 전년도와 올해의 성적, 세계랭킹 등을 따져 상위권 선수들에게 배정되는 게 원칙이다. 안소현은 연예인급 미모에 볼륨감까지 갖춰 남성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건 그것대로 가치 있다. 하지만 조 편성에 실력이 아닌 인기를 반영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주최 측이 얄팍한 계산으로 안소현을 하나의 상품으로 소비하면서 최고 권위의 한국여자오픈을 갑자기 통속적인 잡지의 표지처럼 비치게 만들었다. 골프의 원칙도 상처를 입었다. 안소현이 대단한 것은 이런 압박감 속에서도 처절하게 버티며 무너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1번 홀에서 러프와 러프를 전전하다 보기로 불안하게 출발한 안소현은 버디 4개를 보기 4개로 바꿔 이븐파로 선전했다. 안소현 대신 흔들린 것은 장하나였다. 장하나는 버디는 3개에 그치고 보기는 5개를 범하면서 2오버파로 부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