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의 큰 형님 격인 대한축구협회가 흔들린다. 코로나19로 우려했던 재정난이 올해 예정된 모든 A매치(국가대항전) 공식전의 취소로 현실이 되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과 아시아축구연맹(AFC)은 지난 12일 “현재 많은 국가의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올해 10∼11월 개최하려 했던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및 2023 아시안컵 예선을 2021년으로 변경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FIFA와 AFC의 이번 결정은 협회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협회는 공식 후원사(파트너) 총 11개 업체에서 연간 400억원 안팎(현금 기준)의 후원금을 받는 대신 남녀 한국축구대표팀과 연령별 각급 대표팀의 유니폼과 경기장 A보드 등을 통해 노출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한국 축구의 높은 인기로 후원을 원하는 업체들이 경쟁을 벌일 정도지만 코로나19로 상황이 꼬였다.

협회 관계자는 “후원사에 따라 조금 다를 수 있지만 최소한의 권리 보장을 위해 협회 주관으로 5경기를 치러야 하는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원래 협회가 준비한 예정대로 흘러갔다면 지난 3월과 6월에 이미 안방에서 A매치가 3경기를 치러야 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확산으로 국가간 이동이 제한돼 이 경기들이 10~11월로 연기됐고, 다시 이번에 내년으로 미뤄졌다. 협회가 올해 소화한 A매치는 아직 1경기도 없다.

협회는 일단 9월4일과 8일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과 김학범 감독이 지휘하는 올림픽대표팀이 해외파 없이 두 경기를 치르기로 했다. 여기에 10월에는 콜린 벨 감독의 여자축구대표팀이 평가전을 추진하고 있지만 후원사들에게 약속한 5경기를 채우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무진 차원에서 후원사들과 접촉해 해법을 마련하고 있지만 어떤 변수가 나올지 모르는 게 사실이다. 더군다나 협회의 후원사에는 코로나19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아시아나가 있다.

협회 관계자는 “단순히 A매치 1경기를 못 치를 때 발생하는 손해가 10억원 가량”이라면서 “후원사 문제까지 발생한다면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 올해 적자는 이미 확정된 상황에서 한국 축구를 위해 꼭 필요한 사업까지 예산이 삭감될까 걱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