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가 차기 총재를 결정했다. 총회 의결 과정이 남았지만 사실상 구단주들이 뜻을 모은 내용이어서 부결 가능성은 없다. 이번 차기 총재 결정 배경에는 구단들이 더 이상 뒷짐지지 않고 적극적으로 나서 리그를 운영하겠다는 일종의 독립 의지가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KBO는 13일 이사회를 열고 올해 말로 임기가 끝나는 정운찬 총재의 뒤를 이을 차기 총재 후보로 정지택 전 두산 구단주대행을 결정했다. 총회 의결을 통해 2021년부터 KBO리그 총재를 맡는다. 당초 13일은 단장 회의인 실행위원회가 열리기로 돼 있었지만 이사회로 변경됐다.

KBO리그는 1982년 출범 자체가 정부의 의지가 작용했기 때문에 그동안 외부 입김이 강했다. 구단들 역시 각자 자신의 이익을 챙기느라 리그 전체의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2017년 가을, 정운찬 총재 선임 때도 당시 막 출범한 현 정부의 뜻을 확인하는 과정이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시리즈 시구를 위해 광주-기아 챔피언스 파크를 찾았고, 이때 비서실을 통해 KBO 차기 총재 선임은 KBO 스스로 하라는 뜻을 확인한 뒤 정운찬 총재 선임이 이뤄졌다.

차기 총재 후보 결정 과정이 서둘러 이뤄진 것은 그때와 마찬가지로 외부 입김을 차단하려는 의지가 반영됐다. 야구계 주변에서 정치권 인맥을 활용한 신임 총재 추대 노력이 거세다는 소문이 돌았고, 이런저런 소문에 휘둘리기 전에 리그가 나서서 결정하는 것이 낫다는 공감대가 구단 사이에 이뤄졌다. 한 구단 대표는 “실제 외압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이런저런 소문이 거세지기 전에 중심을 잡는 것이 낫다는 판단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에 따라 KBO리그의 자생력 강화가 시급한 과제로 떠오른 것도 차기 총재 선임의 이유다. 구단 대표는 “외부 인사 보다는 리그 참가자 중 한 명이 책임감 갖고 일하는 것이 리그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하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몇몇 구단의 구단주가 직접 총재를 맡는 안도 검토됐지만 기업 일이 바쁘기 때문에 이뤄지지 않았고, 야구에 대한 바람직한 애정과 열정을 가진 그룹 고위 인사 중 KBO 상근이 가능한 인물이 추천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지택 총재 후보는 두산 구단주 대행 때도 야구장을 자주 찾았고 야구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깊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 후보는 기획예산처 고위 공무원 출신으로 두산중공업 부회장을 지냈다. KBO리그의 변화를 위한 단기, 중장기 계획을 세우고 진행할 추진력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