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의 허리는 건강하다. 프로축구와 아마추어의 사이를 잇는 세미프로로 올해 재출범한 K3·K4리그가 코로나19라는 악재 속에 가파른 성장을 확인했다.

K3·K4리그의 가장 큰 변화는 역시 유럽 수준에 가까운 디비전 시스템의 밑바탕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프로축구 K리그1과 K리그2까지 올라가는 승격은 아직 시간이 필요하지만 프로의 첫 단계라는 법인화에선 눈에 띄는 성과가 있었다.

K3리그 원년(2007년) 멤버인 전주시민축구단과 화성FC, 김포시민축구단 등이 법인화로 힘을 실었다. 내년까지는 모든 팀들이 법인으로 전환해야 한다. K4리그에 새롭게 뛰어든 평창과 거제, 당진 등 신규팀들은 아예 법인화를 시작한 채 창단한다.

K3·K4리그의 법인화는 선수를 육성해 상위리그로 파는 세미프로의 살 길이기도 하다. 각 구단이 법인이 되면서 프로에 선수를 보내도 이적료를 한 푼도 챙기지 못했던 한계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로처럼 관중 수입이나 TV중계권 수익, 머천다이징 판매 등으로 재정적 토대를 마련하기는 어렵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셀링리그’로 자리잡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다.

K3·K4리그의 수입이 늘어나야 선수들의 처우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과거 프로에서 지명을 받지 못한 선수들은 선수 생활을 포기하거나 사실상 무임금으로 그라운드를 뛰었다. 그러나 올해 K3리그는 최소 5명에게 2000만원 이상의 임금을 보장했고, K4리그는 3명이 유급 선수로 대우를 받았다. 내년에는 이 비율이 K3리그 10명, K4리그 5명으로 늘어난다. K3·K4리그를 주관하는 대한축구협회 디비전팀은 매년 선수들에게 실제로 연봉이 지급됐는지 여부를 조사하는데 올해는 95% 이상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K3·K4리그가 어린 선수 육성에서 가능성을 보여준 것도 긍정적인 대목이다. 협회는 2022년까지 K3·K4리그의 저연령(21세 이하) 유망 선수 육성을 위해 매년 각각 6400만원과 5200만원의 정책지원금을 분배하고 있다. 전주시민축구단은 이 정책에 부응해 올해 울산 현대고를 졸업한 신예 김도훈(19)을 적극적으로 출전시켰다. 그리고 김도훈은 19세 이하 축구대표팀에 두 차례 소집돼 앞으로 K3·K4리그가 선수 육성의 무대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기대를 높였다는 평가다. 고병권 전주시민축구단 단장은 “중·고교팀까지 운영하느라 힘겹지만 한국 축구의 미래에 도움이 될 선수를 키운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K3·K4리그가 발전하는데 힘을 보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