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라운드 막바지로 달리고 있는 프로배구 V리그. 예년 같으면 봄 배구의 향방을 노리는 팀들의 순위 경쟁과 각 팀 간 1경기 남은 마지막 승부를 대비하는 모습으로 열기를 띄었겠지만 코트엔 스산함만이 가득하다. 반드시 무관중 경기로 인한 허전한 느낌 때문만은 아니다. 선수들의 학교폭력 관련 이슈가 연이어 터지면서 시즌 종반 리그의 동력이 힘을 잃고 있다.

‘도드람 2020-2021 V리그’는 여자부는 오는 19일 흥국생명과 KGC인삼공사의 계양 경기, 남자부는 19일 삼성화재-현대캐피탈, 20일 우리카드-대한항공전을 마치면 6라운드에 접어든다. 순위싸움만 보면 역대급 시즌의 분위기가 잡혔다. 남자부는 대한항공이 승점 58점으로 다소 앞서고 있지만 2위 KB손해보험(51점), 3위 우리카드(50점), 4위 OK금융그룹(48점), 5위 한국전력(46점)이 나란히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준플레이오프가 가능하다고 치더라도 누군가는 5위로 내려앉을 수 있고, 그 가능성은 어떤 팀에도 존재한다.

여자부의 경우에도 선두 흥국생명의 독주가 저지되면서 승점차가 부쩍 줄었다. 2위 GS칼텍스는 지난 17일 한국도로공사전 승리로 기어코 흥국생명과의 승점차를 2점으로 줄였다. 봄 배구 마지노선 3위 경쟁도 한국도로공사(승점 36점)와 IBK기업은행(35점)이 뜨겁게 맞섰다.

하지만 여자부 흥국생명에서 일어난 내분이 결국 이다영·이재영 자매의 학교폭력 논란으로 비화되고 이 불똥이 남자부 OK금융그룹 송명근, 심경섭에 까지 옮겨 붙으면서 분위기는 찬물을 끼얹은 듯하다. 봄 배구를 향해 거침없이 소신을 밝혀야 할 지도자들도 위축되는 분위기가 역력하고, 연이은 또 다른 폭로에 선수들은 언제 자신이 해당자가 될지 걱정하는 분위기가 퍼졌다.

여자부 GS칼텍스의 차상현 감독은 1위 추격에 한창이지만 흥국생명의 이슈 때문에 생각을 밝히는 상황을 난처해하고 있다. 지난 14일 장충에서 열린 KGC인삼공사전을 마치고 선두 추격가능성에 대해 “이런 질문이 부담스럽다”며 “다들 내색하지 않고 경기마다 최선을 다하려 한다”고 말했다.

남자부 역시 분위기가 비슷하다. 지난 17일 장충에서 만난 우리카드와 KB손해보험의 사령탑들도 현재 분위기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놨다. KB손해보험 이상열 감독은 “저는 경험자이기 때문에…”라며 폭력의 가해자가 되면 분명히 대가를 치른다고 후배들에게 충고했다. 과거의 기억을 꺼낸 이 감독은 “세상은 옛날 같지 않고, 우리는 항상 매스컴의 주목을 받는다”면서 “지금 당장은 아무 일 없이 넘어간다 하더라도 언젠가는 대가를 치르게 된다. 철저히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우리카드 신영철 감독은 “나도 선수들도 지난 과거를 돌아보면서도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선후배 사이에서도 존중하는 것이다. 지금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생각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