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플은 이제 한국 브랜드다. 중국 시장을 발판삼아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브랜드로 키우겠다.”

토종 스포츠어패럴 브랜드 ‘애플라인드’ 김윤수 대표(62)가 밝힌 새로운 목표다.

애플라인드는 2018년 세계적인 스케이트 블레이드 브랜드 ‘메이플’을 인수했다. 메이플은 과거 네덜란드 브랜드다. 김윤수 대표는 최근 강원 원주 애플라인드 본사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2022년 동계올림픽을 개최하는 중국이 국가 차원에서 빙상 종목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며 “쇼트트랙 강국 한국 기술과 지도자가 만든 메이플 스케이트로 중국 시장을 공략해 메이플을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브랜드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애플라인드는 2007년 설립됐다. 사과(Apple)와 껍질(Rind) 합성어다. ‘얇은 사과껍질이 최적의 온도와 수분을 조절하며 각종 해충으로부터 과육을 온전히 지켜주듯 사과껍질처럼 얇은 기능성 원단으로 사람 몸을 최적의 상태로 유지한다’는 의미다.

-메이플을 어떻게 인수하게 됐나.

“메이플은 세계 최고 스케이트 블레이드 브랜드다. 무리한 사업확장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국제 매물로 나온 걸 인수했다. 메이플은 안현수, 이상화 등이 신고 올림픽 금메달을 딴 브랜드다. 우리나라는 쇼트트랙 강국이고 메이플은 쇼트트랙 블레이드 브랜드 최강자다. 우리 기술, 우리 지도자가 만든 제품이라면 국제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확신했다. 고3 아들이 12년 동안 스케이트 선수로 활동하고 있어 나도 스케이트 시장을 잘 알고 있다.”

-한국에서 만든 메이플 제품이 출시됐나.

“서울대학교 금속공학과 교수, 빙상선수 출신 지도자들과 함께 만들었다. 메이드 인 코리아가 찍힌 제품이다. 날을 아주 미세하게 휘게 만드는 벤딩 기술도 한국이 최고다. 메이플은 인수 후 제품 개발 등으로 인해 2년 동안 공백이 있었다. 그래서 이번 제품의 테마는 ‘왕의 귀환’이다.”

-중국 시장을 겨냥하고 있는데.

“중국은 국가차원에서 빙상을 키우고 있다. 2025년까지 빙상인구 5000만명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지금 선수 수는 1000만명이다. 쇼트트랙 날은 두 쪽에 100만원이다. 1000만명이면 10조원, 5000만명이면 50조원 시장이다. 우리가 1%만 차지해도 1000억원~5000억원이다. 지금 중국에는 700개 이상 쇼트트랙 링크가 있고 조만간 1000개가 넘을 것이다. 안현수가 중국대표팀 코치로 있고 다른 한국 지도자들도 있다. 중국 빙상 단체, 기관과 열심히 협의하며 판로를 개척하고 있다.”

-애플라인드 이름으로 이미 쇼트트랙 유니폼을 만든 것으로 안다.

“헝가리 대표팀이 평창올림픽에서 애플라인드를 입었다. 조만간 일본에서 풍동실험을 통해 공기저항을 최소화한 새로운 유니폼도 내놓는다. 그건 메이플 이름으로 만든다. 스케이트 블레이드 시장보다 어패럴 시장이 훨씬 크다. 메이플의 브랜드 파워로 젊은층이 좋아하는 캐주얼 어패럴을 만들 것이다.”

-애플라인드는 골프 이너웨어, 축구 유니폼으로 유명하다.

“트리코트 원단으로 제품을 만들면 몸에 짝 달라붙어 근육을 잡아준다. 겨울에는 따뜻하게, 여름에는 시원하게 느낄 수 있는 원단이다. 물, 케첩을 뿌려도 그대로 흘러 내린다. 속은 젖어도 겉은 마른 상태로 유지된다. 박세리, 박지은, 신지애 등이 우리 제품을 입었고 지금도 안선주, 노무라 하루 등 많은 골퍼들이 착용하고 있다.”

-프로축구 강원FC도 애플라인드 유니폼을 입는다.

“강원도 차원에서 강원도 팀인 만큼 지역 브랜드를 입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강원FC는 2020년부터 애플라인드 유니폼을 입는다. 지난해 프로농구 원주 DB, 전주 KCC도 우리 유니폼을 착용했다. 애플라인드는 외국 유명 브랜드 유니폼보다 10% 정도 비싸다. 국내에서 좋은 원단, 좋은 기술로 만들기 때문이다. 공장에서 대량으로 만들어 로고를 찍은 글로벌 브랜드 제품보다 당연히 더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애플라인드 축구 유니폼을 입는 팀은 230개 정도다. 어린 선수들이 많이 입고 있어 고무적이다.”

-한국 스포츠 의류가 성공하는 게 쉽지 않다.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의류 무역회사에 4년 반 정도 다니다가 독립했다. 남미, 아프리카, 동남아, 일본 등에서 공장을 하면서 돈을 많이 벌었다. 그런데 IMF 외환 위기 때 망했다. 이후 무역회사 월급 사장을 하다가 2007년 지인과 8000만원을 모아 애플라인드를 창업했다. 회사 이름 작명, 로고 디자인 모두 내가 직접 했다. 의류 쪽에서 지금까지 30년 넘게 일하고 있다. 성공할 자신이 있었다.”

-첫 제품은 무엇이었나.

“트리코트 원단으로 만든 기능성 내복이었다. 트리코트 원단은 몸에 짝 달라붙고 보온성이 뛰어나다. 그때 트리코트 원단을 만들 수 있는 곳은 별로 없었다. 2007년 겨울에 2만벌을 만들었고 TV 홈쇼핑에서도 대박을 터뜨리며 그해 겨울 전부 팔았다. 2008년 여름에는 트리코트 재질로 시원한 셔츠를 만들어 역시 재미를 봤다. 브랜드를 본격적으로 키우기 위해 2016년 고향인 원주에 본사를 지었다.”

-토종 스포츠 의류 사업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비결은 무엇인가.

“우리나라에는 5만개 봉제공장이 있다. 4만개가 10인 이하다. 작은 공장이 많기 때문에 소량, 다품종, 고가, 맞춤형 제품 제작이 가능하다. 일본, 이탈리아도 비슷하다. 지금 우리 제품을 만드는 데 기여하는 공장은 굵직한 곳만 100곳이 넘는다. 우리는 좋은 기술을 가진 사람들이 일하는 작은 공장들이 잘 유지되도록 물을 나눠주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 섬유기술, 봉제기술은 세계 최고다. 좋은 원단, 좋은 기술로 만든, 비싸지만 흔치 않은 제품이다.”

-섬유산업을 낙후된 산업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대출을 받으려고 하면 은행은 섬유산업이라고 경시한다. 섬유산업은 섬유공학이라고 명명될 정도로 높은 기술들이 집약된 첨단산업이다. 봉제가 섬유산업의 전부라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나이키, 아디다스도 의류, 신발을 만드는 곳이다. 그런데 기업가치는 30조~40조원이다. 거기도 낙후된 산업이라는 말인가.”

-그렇다면 스포츠 어패럴 산업을 어떻게 정의하나.

“옷, 신발을 만드는 게 아니라 히스토리와 문화로 브랜드를 키우는 산업이다. 나이키, 아디다스, 리복, 미즈노가 100년이 넘어도 건재한 이유도 바로 그것이다. 우리 정부, 은행도 현재 매출, 부동산 시세 등만 보지 말고 기업이 가진 무형의 가치도 높게 평가해줘야 한다. 산업이 성장하지 못하면 좋은 일자리는 없다. 돈이 벌리는 곳에는 일자리가 자동으로 생긴다.”

-애플라인드 규모는 어떠한가.

“직원 55명이다. 모두 정규직이다. 월급은 동종 업계보다 많으면 많지, 적지 않다. 서울에서 출퇴근하는 직원들도 있다. 내가 그들을 영입할 때 ‘애플라인드 사장이 될 자신이 있으면 와라’고 했다. 나는 자녀가 3명이다. 그런데 애플라인드를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은 마음은 없다. 누구든 나보다 잘 경영할 수 있는 사람에게 맡길 것이다.”

-자부심이 대단한 것 같다.

“내가 돈을 벌고 놀러 다니려고 했다면 회사를 이미 팔았을 것이다. 200억원 규모로 대기업 투자제안도 받았는데 잘못했다가는 애플라인드를 넘겨줘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거부했다. 애플라인드는 내 혼이 들어 있어 억만금을 줘도 못바꾼다. 의류업, 무역업, 스포츠에 일하면 애국자가 될 수밖에 없다고 하는데 나는 세 가지를 합한 걸 30년 넘게 하고 있다.”

-지금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인가.

“행정력, 자금력 등 성장동력이다. 수요는 있는데 공급이 맞추지 못하고 있다. 과거 대기업 투자 협상 과정에서 자금관리를 잘못한 게 지금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단 올해 매출 목표는 350억원이다. 내년에는 메이플이 대박을 터뜨려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애플라인드 경영철학은 무엇인가.

“사랑과 사람이다. 나는 지인들에게 애플라인드의 애는 사랑 애(愛), 인은 사람 인(人)이라고 말한다. 사랑을 갖고 사람에게 봉사하는 게 경영철학이다. 작은 공장들이 생존할 수 있도록, 우리 직원들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우리 사회에서 좋은 일자리가 많이 생길 있도록, 우리 스포츠산업이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