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구마사’가 사극 최악의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사진 SBS
판타지는 역사 왜곡의 방패가 될 수 없다.
SBS 월화극 ‘조선구마사’ 속 태종(감우성)이 아버지 이성계의 환시를 보다 백성들을 잔혹하게 학살했다. 또 충녕(훗날 세종)이 서양인 신부의 시중을 들기도 한다. 조선시대 배경임에도 중국풍 술상을 비롯해 중국 칼과 갑옷, 중국풍 궁궐, 중국 복식을 차용한 무녀도 등장한다.
‘조선구마사’가 실존 인물과 역사적 사실에 대한 왜곡 그리고 ‘부주의한’ 소품, 복식의 오류 등을 지적받으며 시청자의 뭇매를 맞고 있다. 심상치 않은 여론을 의식한 광고주들은 연이어 계약 파기 중이며 드라마의 장소협찬과 지원을 해준 지자체 역시 ‘손절’에 나섰다.
‘조선구마사’ 2회 붉은색을 강조한 중국풍 궁궐 장식. 사진 SBS
SBS는 첫 논란으로 대두된 중국 월병, 피단, 만두가 차려진 중국풍 술상을 두고 “지역적(의주) 상황을 고려해 상상력을 가미했을 뿐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입장을 전했다. 전문가나 역사학자의 고증 없이 제작진의 상상력만으로 소품을 준비한 무모함에 시청자는 한 번 더 기함했다.
이어 논란이 잦아들지 않자 SBS는 급한 불을 끄듯 “드라마 대본 수정을 논의 중”이라 전했다.
기시감이 든다. ‘조선구마사’ 박계옥 작가와 신경수 감독은 각각 전작에서도 역사 왜곡 논란을 일으켰던 제작진이다.
박계옥 작가는 전작 tvN ‘철인왕후’에서 ‘조선왕조실록’ 등 역사 유산을 폄하하는 대사로 시청자에게 철퇴를 맞았고 또 드라마 속 실존 인물들의 종친회가 인물 왜곡을 들어 항의하자 ‘풍양조씨’를 ‘풍안조씨’로 ‘안동김씨’를 ‘안동송씨’로 대체하며 드라마를 마무리했다.
신경수 감독의 전작 SBS ‘녹두꽃’도 역사왜곡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2019년 전북 순창군수는 극중 동학농민혁명 당시 전봉준 장군을 밀고한 김경천의 고향이 순창이라는 허위 사실을 방송했다며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한 건이 있었다.
두 사람의 만남, ‘조선구마사’는 이미 역사 왜곡에서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의 굴레가 덧씌어 있었던 걸까?
‘조선구마사’는 판타지 장르에 조선시대 왕실, 게다가 대중에게 가장 익숙한 ‘태종’과 ‘세종’을 핵심인물을 내세우고 있다. 이는 역사 왜곡을 불러온 가장 큰 패착이었다. 또한 부주의하게 사용된 소품이나 복식의 오류(우연히 모두 중국풍)는 의도 여부를 떠나 두 번째 실책이다.
대중들은 이런 왜곡 혹은 실책들이 중국이 진행하고 있는 문화 동북공정에 힘을 실어줄 근거로 이용될 여지가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안동대 융합콘텐츠학과 김공숙 교수는 “제작진은 역사적 사실이 엄연한 시대를 그리며, 왜곡된 사실을 남발하면서도 ‘판타지니까’라고 안일한 생각을 했다. 허구와 사실의 논란이 왜 일어나는가에 대해 숙고해야 한다. 시청자는 허구의 드라마임을 인식하고 드라마를 보지만, 리얼리티가 없는 허구는 허구가 아니라 왜곡이다. 판타지는 변명이 될 수는 없다. 넷플릭스 ‘킹덤’ MBC ‘해를 품은 달’ 등 퓨전 사극이 왜 역사 왜곡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까?”라는 지적을 내놓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