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굉장히 어려운 상황과 부담 속에서 이번 대회를 준비하셨습니다. 올림픽 2연속 금메달에 대한 부담이 있었을 것 같은데요. 이번 경기로 그것이 무산된 데 대한 아쉬움도 있으실 것 같은데 그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A. 13년 전에는 이 정도 부담은 없었구요. 즐겁게 한 경기 한 경기 하다보니 연승이 이어졌는데, 이번에 올 때 사실 꼭 금메달을 따야겠다는 그런 마음만 갖고 오지는 않았습니다. 선수들과 스태프들과 좋은 마음을 모아서 한 경기 한 경기 국민들과 팬들에게 납득가는 경기를 하자고 마음 먹고 왔는데… 금메달 못 딴 것에 대해서는 많이 아쉽지 않습니다. (옆에 앉은 이의리와 김혜성을 바라보며) 오늘 두 젊은 선수들이 발전하고 있는 것을 좋은 점으로 봤고 우리 대한민국 대표팀의 아쉬운 점을 보완해야 될 부분도 봤고. 경기 하면서 계속 지친 부분도 봤는데… 금메달 이런 것 다 잊어버리고 내일 잘 휴식하고 마지막 경기를 잘 마무리 하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5일 늦은 밤,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의 미디어 컨퍼런스룸에서 2020 도쿄올림픽 제2준결승이 끝난 뒤 열린 공식 기자회견 내용의 일부다.

미국에 2-7로 져 결승 진출이 좌절된 직후, 한국의 김경문 야구 대표팀 감독과 투수 이의리, 내야수 김혜성이 패자 팀의 대표로 참석했다. 6일 하루 심각한 논란이 된 김경문 감독의 발언 취지를 정확하게 전하기 위해 한국 기자의 질문과 그에 대한 김경문 감독의 답변 전체를 그대로 옮겼다.

도쿄올림픽 야구에서는 매 경기 뒤 승자와 패자가 공식 기자회견에 의무적으로 참석한다. 양 팀 감독과 선수 2명씩, 진 팀이 먼저 자리한다. 경기 직후였고, 졸전이었기에 김경문 감독은 얼굴이 상기된 채 참석했다. 일본 기자가 가장 먼저 “오늘 경기 결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고 묻자 김경문 감독은 “타이트했던 경기가 6회 이후 스코어가 벌어지면서…내용이 만족스럽진 않습니다”라고 답했다. 경기 내용에 대한 아쉬움을 짙게 드러냈다.

그 직후 두번째 질문에 나온 답이 논란의 ‘금메달’ 발언이다. 김경문 감독이 “금메달 못 딴 것은 아쉽지 않다”고 말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어떤 질문에 어떤 맥락으로 이야기하다 나온 발언인지는 매우 중요하다.

이번 대표팀은 전과 달리 국가대표 에이스가 없고 전력은 약체라고 평가받으면서도 금메달 사수를 당연한 목표로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대회 직전 터진 야구계 사건들로 최종 엔트리를 교체하는 혼란도 겪었다. 어려움 속에 나섰지만 결국 결승 진출에 실패하게 된 심정을 물었고 그 답변을 요약하면 ‘이번에는 부담이 컸지만 그렇다고 금메달만 목표로 하기보다는 팬들이 납득할 수 있는 경기를 하고 싶었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더 아쉽다. 금메달 못 땄다고 아쉬워하기보다는 남은 동메달 결정전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내용이다.

요코하마 현장발 보도 이후, 이튿날인 6일 김경문 감독의 발언은 완전히 다른 말로 둔갑하기 시작했다. 한글은 한 글자만 더하거나 바뀌어도 완전히 다른 뜻이 되곤 한다.

김경문 감독은 “금메달 따러 온 것 아니다” 같은 발언은 하지도 않았다. “금메달 따야겠다는 마음만이 아닌, 납득할 수 있는 경기를 하자는 마음도 먹고 왔다”고 했다. “금메달을 못 딴 것은 아쉽지 않다”는 발언은 했으나 그것이 ‘금메달 못 따도 상관 없다’는 뜻이 아니었다는 사실은 인터뷰를 처음부터 끝까지 들었다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다.

무엇보다 야구 대표팀은 아직 대회를 마치지 않았다. 7일 낮 동메달 결정전을 치러야 한다. 경기는 남아있는데 방금 전 금메달 도전 기회를 놓치고 기가 확 꺾인 선수들 앞에서 “금메달을 못 따 너무 아쉽다”고 했다면 그것은 과연 팀의 수장으로서 옳은 발언이 되는 것일까.

도쿄 올림픽 현장에는 한국 취재진 중 일부가 와 있고 그 중 일부가 경기 당일 요코하마 야구 현장을 취재한다. 현장은 경기 뒤 두 갈래로 나뉜다. 대부분은 선수단이 버스로 향하는 길목의 믹스드존에서 기다려 선수를 인터뷰 한다. 일부는 그 시각 열리는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한다. 참석하지 않더라도 대회조직위원회가 연결해주는 온라인 중계를 통해 기자회견을 볼 수는 있다.

지난 5일 밤, 현장의 취재진 중 “금메달 못 딴 것은 아쉽지 않다”라는 말을 ‘금메달 못 따도 관계 없다’고 이해한 이는 없었다. 여전히 중요한 마지막 경기를 치러야 할 선수들을 향한 메시지로 들렸기 때문이다. 직접 보고 듣지 않은 추측들이 왜곡과 혼란을 낳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