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을 향해 출범한 허정무호가 어느새 1년의 항해를 마쳤다. 순항과 난항이 반복된 롤러코스터 행보였지만 허정무호는 최종 목적지인 남아공에 고정된 나침반을 따라 힘찬 항해를 이어가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사우디와의 남아공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3차전을 끝으로 내년 2월까지 휴식기를 보내는 허정무호의 지난 1년을 ‘스포츠 칸’이 4개의 테마로 나눠 이틀간 점검해 본다.

①경쟁과 세대교체

지난해 말 “축구인생의 모든 것을 걸겠다”는 취임 일성을 던진 허정무 감독은 곧장 ‘매너리즘’에 빠진 대표팀에 숙청에 가까운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지난 1월 열린 칠레전을 시작으로 사우디전까지 허정무호를 통해 A매치 데뷔전을 치른 선수는 무려 22명. 대표팀 문턱이 낮아지며 선수 선발 논란도 있었지만 ‘경쟁을 통해 발전한다’는 원칙을 고집한 허 감독은 이청용·기성용(이상 서울)·곽태휘(전남)·정성훈(부산)·김형범(전북) 등의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아줬다.

이청용은 설기현(풀럼)·이천수(수원)가 터줏대감이었던 대표팀의 오른쪽 측면에 새 주인으로 등장했고 ‘공수겸장’ 기성용은 한국축구 최고의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골 넣는 수비수’ 곽태휘는 허정무호의 중앙 수비 한자리를 꿰찾고 탄탄한 하드웨어에 성실성을 갖춘 정성훈과 ‘킥 스페셜리스트’ 김형범은 새로운 공격 옵션으로 자리잡았다.

뜨는 별이 있으면 지는 별도 있는 법.

아시아를 주름잡던 이동국(성남)은 허 감독 부임 뒤 한차례도 태극마크를 달지 못하며 ‘포효하지 못하는 사자’가 됐고, 조재진(전북)도 정신력 부족을 지적당하며 퇴출됐다. ‘영원한 반지왕자’일 것 같던 안정환(부산)도 태극 유니폼을 사실상 벗었다.

시행착오는 있었지만 허정무호의 ‘세대교체’는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해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②미해결 과제-골 결정력 부족·수비불안

허정무호는 지난 1년간 골 결정력 부족과 수비불안이라는 두가지 족쇄를 달고 살았다. 2월 북한전부터 5월 요르단전까지 4연속 무승부를 기록해 ‘허무축구’라는 비아냥에 허 감독은 “공격수들이 찬스 때 기회를 살려야 하는데…”라며 고개숙였다.

하지만 이는 개인 기량보다는 시스템상의 이유가 더 컸다. 골문 앞에 거미줄 같은 방어막을 펼치는 아시아팀을 상대로 중앙 공격수 한명이 나서는 원톱 시스템은 위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허 감독은 결국 10월 열린 우즈베키스탄전을 시작으로 투톱을 가동했고 대표팀은 우즈벡·아랍에미리트연합(UAE)·카타르전에서 8골을 터뜨리며 골 가뭄에서 벗어났다.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는 공격과 달리 수비 불안은 여전하다.

허정무호 출범 후 곽태휘·조용형(제주)·이정수·곽희주(이상 수원)·김진규·(서울)·강민수(전북) 등이 중앙 수비로 나섰지만 곽태휘 정도만이 ‘합격’ 판정을 받았다.

사우디·이란과 같은 난적과 경고 누적·부상과 같은 암초가 기다리고 있는 험난한 최종예선을 통과하려면 중앙 수비수의 발굴과 성장은 시급한 과제다.